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실천하는 정책의 하나가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다. 과거 우리나라는 해외로부터 원조를 받던 나라였는데 경제개발에 성공한 이후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공적개발원조 자금을 2000년 연 3000억원 규모에서 2018년 3조원 규모로까지 확대해 왔다. 비록 미국, 독일, 일본만큼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과거 가난하던 나라의 3조원 원조는 결코 작지 않으며 우리 국민이 충분히 자랑스러워하게 잘 써야 하는 자금이다.

그렇다면 원조 자금은 잘 쓰이고 있을까? 국제 지역사회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원조 사업의 효과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2017년 감사원의 '공적개발원조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수원국의 상황과 사전 수요조사의 부족, 현지 지리적 환경 등의 위험요소를 고려하지 못한 사업 추진, 국제 전문가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제시되었다.

특히 시설물 건립이나 장비 지원과 같은 사업의 경우, 값비싼 시설과 기자재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도 있었다. 공적개발원조 정책의 사전 준비와 전략 강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원조 자금을 똑똑하게 잘 쓰는 비법이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21일 서울에서 공적개발원조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논의한다. 원조 수원국은 자국의 실질적 개발에 원조 자금이 쓰이기를 바라고, 공여국은 현지의 필요를 면밀하게 조사한 후 접근해야 한다. 이때 과학기술은 수원국 맞춤형 원조 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미 베트남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벤치마킹하여 V-KIST 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케냐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을 본뜬 KASIT 설립이 추진 중이다.

이처럼 원조 자금이 물량공세보다는 수원국의 자립 역량 제고에 쓰이기를 바라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OECD가 한국을 과학기술 ODA의 핵심 의제 국가로 생각하는 이유다.

과학기술 ODA는 한국 외교의 독창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공적개발원조는 과거 제국주의 국가가 과거의 빚을 청산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측면이 있어서 자금 운용의 실효성보다는 자금 제공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거 피지배국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국가들은 한국에 대해 특별한 공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과학기술 자립과 경제발전이라는 한국의 성장 모델은 전세계 개발도상국가들이 따라하고자 하는 성공 방정식이다. 이러한 강점을 우리의 공적개발원조에 적극 활용하지 않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현장에서 답을 구하라는 실사구시의 정신이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 정책의 기저를 형성해야 한다. 선진국이 원조하듯 인도적 지원과 물량 지원, 경제 지원을 우리가 동일하게 반복한다면 원조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그보다는 과거 우리가 기술 자립의 난제를 풀었듯 개발도상국의 기술경쟁력과 문제해결력 향상을 도와야 한다. 우리나라만이 추구할 수 있는 세계 공동 발전의 모델과 사업을 가지고 3조원의 자금을 잘 쓸 때 국민과 세계인으로부터 박수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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