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사진)의 첫 대외 행보는 '미국행'이었다. 2009년 현대차 부회장 승진 이후 9년 만에 승진 인사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이틀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대표단 일정도 마다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만큼 급박한 상황에 놓인 현재의 회사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현대차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16일 미국으로 출국한 정 부회장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미 행정부와 의회 고위인사들과 만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부회장은 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 때 대통령을 수행하는 방북단에서도 빠졌다.
미국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며 최대 25%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세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 일부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작년 생산한 전체 차량 49만2233대 가운데 미국 수출량은 37.37%(18만3959대)를 차지하고 있다. 쏘울 10만9146대(전기차 포함)와 스포티지 7만3717대가 광주에서 생산된 미국 수출 주력 품목이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하는 쏘울은 광주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수출한다. 쏘울은 2009년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서 닛산 큐브 등 기존 소형 박스카 시장 대표 모델을 제치고 작년까지 미국 엔트리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 급 판매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 오고 있다.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차량 가격이 500만원가량 상승해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은 국내 공장 존폐 위기와 함께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압박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난 5월 29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시장의 거센 반발로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엘리엇이 끼어들어 계획에 반기를 든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로 인해 주주 신뢰에도 '금'이 가게 됐다. 정 부회장이 엘리엇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나타냈지만, 결론적으로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1차 공세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현대차 3.0%, 기아차 2.1%, 현대모비스 2.6%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는 기존 5월 밝힌 것보다 각각 1.5%씩 늘어난 것이다. 채비를 마친 엘리엇은 직접 지배구조 개편안까지 제시하며 또다시 현대차그룹 흔들기에 나섰다. 일단 현대차그룹이 난색을 보하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