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 가시화하면
매각실패때 가격 2배는 받아야
부동 자금 1000조원에 달해
부동산 광풍 경제 어렵게 해"


이동걸 産銀회장 취임1년 간담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11일 "대우건설 매각을 조급히 추진하지는 않겠다. 2~3년 간 대우건설을 재정비해 값을 올려 팔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초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됐다"며 "당시 국내외 대부분 기업을 다 접촉하고 매각을 추진했음에도 실패한 것이기 때문에, 더는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남북 경제협력이 가시화하면 대우건설의 유용성이 굉장히 커진다"면서 "매각 실패했던 가격의 두 배는 받아야 하지 않겠나. 현재 주당 5000원이라던데 1만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남북 경협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남북 경협의 기반을 닦아주는 일부터 시작해서 실제 협력사업을 포함해서 폭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 기초작업을 튼튼하게 하고 있다"며 "남북 경협은 한정된 파이를 누가 먹느냐가 아니라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시중은행 심지어는 해외 기관과 국제 금융그룹까지 모두 남북 경협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선양, 단둥 지역을 다녀왔다며 "압록강에서 신의주를 보고 오니 감회가 새로웠고 발전의 여지도 많은 것 같았다"며 "남북 경협은 북한을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 러시아, 미국 등이 다 협력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예상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2대주주인 한국지엠(GM)의 신설법인 설립 논란에 대해서는 "이사회에 구체적인 안건이 올라온 것은 아니고 아니고 한국에 신설법인을 만들 수도 있다는 보고 차원이라고 들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으나 GM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외이사 한 분이 신설법인의 구체적 내용, 기대되는 효과와 목적을 이사회에 올려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 내용이 밝혀져야 찬성할지 반대할지 정하겠지만, GM 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기본협약에 위배되는 만큼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기업의 부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10여년 동안 전통적 제조업이 한계에 달했고, 부실화 징후가 많아서 재정비하고 구조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 누적된 결과"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무수히 많은 부실 대기업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고 산업은행에 떠맡겨 누적된 문제를 임기 중 하나씩 풀어가겠다"며 "어떤 기업도 산업은행 밑에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해지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는데, 그런 기업이 독립심과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부동산 광풍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이 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에 제일 흔한 게 돈"이라며 "부동자금이 1000조원에 달한다. 그게 다 부동산에서 번 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에서 번 돈은 부동산으로 가지 혁신·창업 기업으로 가지 않는다"면서 "부동산 광풍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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