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복지선진국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가정이 노후자금으로 몇 억원씩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소생활비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나라가 복지선진국이다. 예를 들어, 일본 내각부가 주요국의 '노후주요수입원'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 일본, 독일 같은 복지선진국의 경우 60~80%를 차지하고 있는게 공적·사적연금이다. 우리나라에서 노후주요수입원이 '공적·사적연금'인 가정은 1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공무원, 교직원 등만이 여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정의 노후주요수입원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건 무엇인가? 1980년도 조사에서는 '자녀·친척의 도움'이었다. 72%를 차지했었다. 이 비율이 최근 조사에서는 20% 정도로 낮아졌다. 아마도 10년후쯤 이 조사를 다시 하면 우리나라도 이 비율이 선진국처럼 0~2%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다. 선진국 어느 나라를 봐도 노후 주생활비를 자녀에 의존하는 나라가 없다. 우리나라 또한 자녀들의 경제사정으로 보나 의식구조로 보나 앞으로 자녀들의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명이 길어진 것도 큰 이유다. 1960년 기준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평균수명은 54세였다. 2015년 기준 평균수명은 85세다. 무려 31년이나 늘어났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노부모부양기간은 평균 5년 정도였다. 이것이 앞으로 오는 100세시대에는 20~25년으로 늘어날 것이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노인이 된 자식에게 어떻게 노부모 생활비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100세시대에는 부동산이나 목돈보다 매월 얼마씩의 연금수입이 훨씬 소중하다는 인식 또한 중요하다. 주위에서 보면 제법 많은 노후자금을 모아두었는데도 돈을 쓰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노후자금의 수명이 자신의 수명보다 길어야 하는데 세상 떠나기 전에 노후자금이 바닥나면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세상을 뜰 때까지의 최소생활비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안심이 되겠는가?
따라서 앞으로의 바람직한 노후자금 설계는 3층연금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3층연금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국민연금. 작년말 현재 414만 국민연금 수령자의 평균 수령액은 부부기준 월88만원이다. 반면, 50세이상 퇴직예정자 및 퇴직자가 생각하는 노후적정 생활비 평균은 월237만원. 월 150만원 정도의 부족금액 충당이 문제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월50만원, 부동산임대 수입 월50만원, 금융자산 배당 및 이자수입 월20만원, 근로소득으로 월50만원 정도를 얻을 수 있다면 모아둔 노후자금은 헐어쓰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해서 노후자금 헐어 쓰는 시기를 가능한한 뒤로 미룰 수 있다면 그만큼 노후자금 수명은 길어진다. 3층연금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자신이 가입하고 있는 연금에 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급여에서 자동이체된다. 개인연금 또한 친지의 권유로 마지 못해 가입했거나 연말 세금공제 혜택에 대비하여 서둘러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게다가 연금수령은 먼 훗날의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연금에 대해 가입전에도 가입후에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3층연금이 자신의 노후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확실하게 인식하여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국민연금공단이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소득이 없는 배우자의 임의가입 문제, 노령연금을 정해진 시기에 받을까, 앞당겨 받거나 늦춰 받을까 정도만 고민하면 된다. 그러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다르다. DB(회사책임)형 연금인 경우에는 모든걸 회사가 책임져 주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만 DC(가입자책임)형 연금인 경우에는 연금자산 운용의 결과를 가입자(종업원)가 책임져야 한다.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은 DB형이 주류지만 앞으로는 DC형이 계속 늘어나 주류가 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DC형연금 가입자의 90%가 가입시의 포트폴리오(자산구성)를 한번도 바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중한 노후대비 연금에 대해 이렇게 무관심할 수가 없다. 자산배분 또한 80% 정도가 원금보장형 상품에 들어있다. 귀찮기도 하고 원금손실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원금 보장형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1.5%정도였다.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에 투자형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7%정도였다. 연율1.5%로 운용되는 상품에 매월20만원씩 20년간 적립하면 적립금액은 5600만원이 된다. 반면에 연율 7%로 운용되는 투자형 상품에 같은 기간 같은 금액을 적립하면 적립금은 1억200만원이 된다. 관심유무에 따라 노후자금 마련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투자형상품의 경우에는 원금손실리스크가 따른다. 그러나 투자의 원칙을 지켜 20~30년 장기분산운용을 해나가면 손실리스크는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