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비효율 해결 위해 진출
미래 서비스업 발전 저해요인

#. 해양환경관리공단은 대형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도록 예선을 돕는 국내 대표 공공기관이다. 2016년 국내 예선업계의 총 매출액은 3520억원으로 78개 민간 예선기업에 20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같은 생태계에서 해양환경관리공단은 공공기관임을 내세워 항만시설 이용료 면제와 정부가 보유한 시설 및 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특혜을 누리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예산도 지원받아 시설과 인력 등 간접비 절감효과를 누리며 매년 예선 분야에서 26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유류 가격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알뜰주유소는 2016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1168개가 운영되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낮은 원가로 유류를 공급받을 수 있고 3000만원 범위 내에서 시설개선 공사비용 등을 국가 재정에서 지원받는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4대 정유기업 중심의 주유소 수직 계열화 상황에서 지금껏 가격인하 효과가 크지 않고, 가짜 석유 등 관리부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주유업계는 알뜰주유소가 공정경쟁 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공공성과 공익성을 추구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민간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들이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라는 거대한 암초에 가로막혀 경영난에 허덕이는 사이, 일부 공공기관들은 정부의 지원과 법에 따른 독점적 권리를 내세워 민간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면서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공공기관들이 무분별하게 민간 시장영역까지 진출해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국내 공공기관(중앙정부 부처, 지자체 제외)은 2092개로 그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의 규모도 커져 30대 공기업의 자산규모는 30대 민간기업 자산의 67%(583조9000억원)에 이르고, 고용규모도 37만명에 달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경영효율은 민간 기업에 비해 상당히 취약하다.

민간기업의 총자본순이익률은 9.6%로, 공공기관(1.2%)에 비해 8배 가량 낮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공공기관이 앞다퉈 민간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같은 경영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민간의 빠른 변화와 혁신에 쫓아가지 못해 경쟁력을 잃어 오히려 시장의 비효율을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공공기관의 민간 시장 진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이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취약한 산업 분야로, 관련 생태계도 성숙돼 있지 못해 발전이 더딘 상황이다. 경쟁력이 취약한 서비스업에 변화와 혁신에 둔감한 공공기관이 진출하면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국 미래 서비스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공부문의 경쟁 대상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라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공공기관은 공공성을 토대로 공익성을 추구해야 했지만, 영세한 생계형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과 경쟁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들의 일감과 먹거리를 빼앗는 '생태계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공공적 자산을 등에 업고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은 '공정한 게임 룰'에 위반된다. 결국 공익성과 효율성이 낮은 공공기관들이 민간의 영세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는 셈이다.전문가들은 민간 경협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승일 파이터치연구원은 "30대 공기업 자산이 민간기업 만큼 효율화된다면 생산유발 166조원, 부가가치 창출 51조원, 64만5000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경제 전반에 기회균등과 공정경쟁 등 민주주의 원리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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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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