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이영면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이영면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며칠전 제2차 대학구조조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사실상 '대학 살생부'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 그저 우리 대학만 아니면 하는 생각으로 지내왔지만 이제 현실이 된 것이다.

정원감축은 대학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가지고 있는 대학도 적립금에 대한 사용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립대학의 재정은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지난 10여년간 등록금은 사실상 동결되어 왔다. 등록금 동결은 대학교직원의 급여동결로 이어졌고, 대학의 시설기자재는 구식 그대로인 상황이 되었다.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노트북은 다 준비가 되었는데, 강단의 컴퓨터는 여전히 부팅 중이라는 웃지 못할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한때 대학설립준칙주의, 졸업정원제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대학입학 수요를 관리했지만 이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요즘에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70% 정도만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그 대학진학률도 최근에는 하락하고 있다. 상당수 대학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해서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동안 대학진학이 어려웠던 중국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한국의 대학에 유학을 왔고, 그 숫자는 10여만명을 넘어섰다. 대학의 글로벌화와 맞물려 외국인 학생수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제 중국 유학생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 출생률이 증가한다고 해도 20년은 기다려야 대학신입생이 늘어난다. 따라서 우선은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첫째, 신입생을 유치하기 어려운 백화점식 학과 운영을 바꾸어야 한다.

대학은 상아탑이어야 하고, 그래서 순수한 학문을 추구하는 신입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을 염두에 두고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훨씬 많다.

따라서 다수의 대학은 학문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문인력을 공급하는 교육에도 충실해야 한다. 최근 융합대학이나 융합학과의 설치는 그러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여년전 학과이기주의 때문에 실패했던 학부교육이나 자유전공을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 자동화와 로봇화 시대에 걸맞는 융합과 통합의 교육이 필요하다. 사라질 직업에 대한 교육은 피해야 한다. 전통과 함께 변화와 혁신의 발길을 내딛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면, 기업의 요구를 미리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계약학과와 같은 제도운영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 또는 업종의 요구를 미리 파악하고 협약을 맺어서, 그 요구에 부응하는 학과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기업은 교육비를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찾아보면 여러 성공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대학에서 재정적인 확충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중국의 대부분 대학들이 학교에 소속된 기업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는 방식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재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록금 인상을 제한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수의 대학들은 사실상 1년에 8개월 정도만 강의 시설을 활용하고 방학기간인 4개월 정도는 비워두는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교육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미 저출산과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 중에 대량으로 대학의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식 교육, 급속한 기술과 환경의 변화에 대한 직장인 재교육 확대, 1차 직장 은퇴자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강화, 문화와 가치관의 다양화에 따른 취미생활과 워라밸에 따른 문화와 생활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사이버교육의 확대 등은 늘어나는 교육분야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적극적인 반영이라고 할 것이다.

대학운영의 효율화와 변화와 혁신도 관건이다. 먼저 대학의 구조조정도 문제지만, 그 대학에 소속된 교직원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학령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는데 그 모든 책임을 국가와 대학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교수들도 10년 전 20년 전에 학생들을 가르치던 내용을 계속 가르칠 수는 없다. 대학에 소속된 직원들도 대부분 여전히 호봉제 급여에 방학기간 단축근무 등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설마 우리대학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서울에 있는데, 신입생이 매년 3천명이 넘는 대규모 대학인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방심한 대학들이 이번 구조조정 명단에 다수 포함돼있다. 운영의 효율화와 교육내용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하다. 생각이 바뀌어야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이번에 구조조정 대학에 포함된 대학들 중에서 일부는 오히려 진짜 실력을 향상시켜 몇 년후에는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방안만으로 절반으로 줄어든 학령인구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 대학은 앞으로 다가올 10여년 동안 제대로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대학간 통폐합이나 캠퍼스의 사용용도 전환 등 좀 더 파격적이면서도 상생의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최근 일부 대학들이 수도권에 제2, 제3의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그 결과, 아쉽게도 지역에 있던 제1캠퍼스의 역할 축소와 지역경제의 침체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쪽만 살리는 것은 절반의 성공이다. 서로 상생하는 제도와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최근 폐교된 일부 대학들은 잡초가 무성한 버려진 곳이 되었는데,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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