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윤선영 기자]일본 통신사인 소프트뱅크가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결국 통신비를 인하했다. SK텔레콤, KT 등 한국 통신 3사가 한국 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에 통신비를 인하한 것과 같은 움직임이다. 일본 내 다른 통신사로 이런 움직임이 확대될 전망이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소프트뱅크가 29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단말기 할인을 하지 않는 대신 통신비를 최대 30% 낮추는 새 요금제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전날 다음 달 6일부터 1년간 50GB의 데이터를 월 5480엔(약 5만4402원)에 이용할 수 있는 새 요금제를 내놨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가족할인을 받을 경우 최저 월 3480엔(약 3만4547원)에 이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 4명이 가족 요금제에 가입했을 경우 종래보다 33% 요금이 싸진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특히 이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유튜브와 민영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티버(TVer)' 같은 동영상 서비스의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요금제에 대해 '면피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새 요금제를 내놓기는 했지만 단말기 할인을 빼 실제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이폰8(64GB)을 기준으로 새 요금제가 기존 요금제에 비해 2% 수준밖에 저렴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통신요금이 비싸다며 통신사를 압박해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21일 "40% 정도 (통신요금을) 내릴 여지가 있다. 경쟁 원리가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 총무성의 자문기관인 정보통신심의회는 요금체계와 계약방법 등을 재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일본 통신사들은 2020년 상용화를 앞둔 차세대 통신규격인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 부담을 이유로 인하 여력이 없다고 맞서 왔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요금을 인하한 새 상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사들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통신비 인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통신사들이 지난해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 25%로 높이도록 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1GB 데이터를 2만원대에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통신사들은 요금 인하 여력이 없다고 반발하는 한편에서는 통신요금 가격을 낮춘 신 상품을 일제히 내놓기도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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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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