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금년 들어 8월 16일까지 총 40대의 BMW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 올 상반기까지 화재건수가 월평균 5건 미만이었던 반면 7월부터 현재까지는 20차례 이상 화재가 발생했다. BMW는 지난 7월 42개 차종, 10만6317대의 디젤차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엔진에 장착된 EGR의 결함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더욱 구체적으로, 8월 6일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 부문 수석부사장은 EGR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의 누수때문에 주행 중인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한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는 미국을 제외하고 전세계적으로 모두 동일하므로 화재 사고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자동차는 4억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으며, 1억 라인 이상 되는 LoC (Line of Code)로 이들을 움직인다. 자동차의 SW 비중은 휴대폰과 비슷한 52.4% 정도나 된다. BMW의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동일한 기본 프로그램을 탑재하겠지만, 지역이나 시기에 맞추어 변경이 진행돼온 것이 사실이다.
2015년 9월 발생한 폭스바겐디젤게이트도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조작하여 발생한 사건이었다. ECM(엔진컨트롤모듈)의 소프트웨어는 배기가스 배출기준과 외부의 온도, 운전자들의 주행패턴 등 다양한 요소가 적용되므로, 7월부터 계속된 폭염에 대해 BMW 차량의 소프트웨어가 흡기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화재가 급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BMW가 강화된 국내의 배기가스 규제를 맞추려고 EGR을 다른 제조사보다 많이 작동하도록 설계했다가 EGR 쿨러나 밸브의 내구성이나 작동 능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구멍이 나고,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이다.
더욱 민감한 문제는 BMW가 자체 소프트웨어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공개적인 리콜을 진행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따라서, 환경부가 2015년과 2017년 EGR 관련 리콜을 했을 당시 BMW의 구체적인 조치가 무엇이었는지, BMW가 왜 2016년 11월 이후 생산된 520d의 배기가스를 냉각시키는 라디에이터 면적을 넓히고 EGR 밸브에 보강판을 붙여 개선을 했는지, 지난 3월 BMW코리아가 환경부에 EGR 밸브의 결함에 대한 시정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를 개선방안으로 제시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소상히 조사해야 한다.
지난 8월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리콜 제도 개선, 대규모 과징금 부과 근거 신설, 자동차 제작결함을 확인하는 분석 체제 개선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懲罰的損害賠償)은 민사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가지고" 또는 "무분별하게" 재산 또는 신체상의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행한 경우에, 가해자에게 손해 원금과 이자만이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포함시켜서 배상받을 수 있게 한 제도이다. 한국은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제도를 채택하고 있어서 아직 이러한 사례가 없고, 영미법에서도 극단적이고 일탈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행위 및 행위자의 주관적 상태에 대한 비난성의 큰 경우에만 인정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약 2% 정도만이 징벌적 손해 배상이 인정되고 있다. 더욱이,
소프트웨어 문제는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조사에서 자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검증이 어렵다. 따라서, 사후적인 손해배상 및 과징금의 가중적 부과보다는 자동차 제작결함을 확인하는 분석 체계 개선에 보다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는 사고 발생 이후 피해 보상 및 재발 방지의 노력보다는, 사전적인 예방 및 품질 인증의 관점에서 자동차 소프트웨어 품질을 다루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이다.
자동차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Embedded Software)의 대표 분야로 알려져 있고, 사고 발생시 운전자 및 차량 주변인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가할 수 있지만 사전적이고 예방적인 인증 체계는 부실하다. 특히, 외국계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품질에 대한 검증 체계는 국토교통부가 차제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으로 부각되어버렸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증체계를 서둘러 전면 재고해야 하겠다. 이는 소프트웨어 성능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안전성 차원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