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지음


런던과 모스크바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도로다. 런던은 편도 3차선 이상의 길이 드물다. 모스크바는 웬만한 도로는 편도 3~5차선 도로다. 그래서 그런지 런던에서는 친근감이 들지만, 모스크바에서는 고립감이나 위압감이 든다. 도시가 큰 길로 분절돼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위압감은 외무성 건물같은 '칠공주'가 버티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문명이 곧 도시고, 도시가 문명이다.

사람이 모임으로써 형성되기에 도시에서 중요시되는 게 소통이다. '어디서 살 것인가'는 신문과 출판을 통해 건축의 의미와 진로를 활발히 개진하고 있는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의 최근작이다. 유 교수의 책 '모더니즘: 동서양문화의 하이브리드'는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돼 해외에서도 출판됐다.

저자는 역사 풍속 과학에 심지어 SNS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통찰로 우리가 사는 공간을 분석해 보인다. 자연히 대한민국 대표 도시 서울의 문제점을 들추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최근 도쿄를 방문해본 서울 사람이라면 갈수록 서울이 도쿄에 비해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단순히 도쿄에 근년 들어 멋진 빌딩이 많이 들어서서가 아니다. 도쿄에 가면 런던에서 느낄 수 있는 친근감이 든다. 서울로 돌아오면 모스크바에 온 느낌이다. 도시 구조와 갖가지 시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에서 소통 즉 사람냄새가 짙게 배어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소통 결핍의 극복을 주장하는데, 한 예로서 뚝섬 서울숲과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잇는 보행자 전용다리를 지어 서울숲에서 부족한 상권과 로데오 거리에 없는 자연을 결합하자는 제안을 한다. 그 좋은 샘플이 센트럴파크에 접한 맨해튼의 5번가를 주목한다. 요즘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개발 어젠다를 내놓고 있는데, 저자의 주장처럼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것도 훌륭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공간에서 매력적인 사람이 만들어진다. 저자도 말한다. "우리는 건축과 도시를 만들 때 건축물 자체보다는 그 공간 안에서 이루어질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야 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