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불타는 BMW'를 계기로 경유차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과거 폭스바겐그룹의 디젤 게이트가 '조작'이었다면 이번에는 '결함' 논란이다. 이미 경유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휘발유차에 뒤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만큼 국내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경유차가 휘발유차 판매대수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이다. 2008년 처음으로 국내 판매 1만대를 돌파한 경유차는 2012년 6만6671대가 그해 휘발유차(5만7845대)를 처음으로 앞섰다.
경유차는 2012년 휘발유차를 역전한 이후 단 한 해도 추격을 허용치 않았다. 2014년에는 한 해 판매량이 1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당시 판매량은 13만3054대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휘발유차는 작년에서야 10만대 문턱을 겨우 넘었다.
경유차에 치명적이었던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해 경유차는 16만7925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로 인해 수입차 시장에서 2009년 22.4%에 불과했던 경유차 점유율은 2012년 51.0%로 높아졌고 2015년 68.8%까지 수직 상승했다. 디젤 게이트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디젤 게이트에 따라 아우디폭스바겐이 판매를 하지 못하면서 절대적인 판매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영향력은 여전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독일 브랜드 경유차가 선전한 결과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경유차는 2016년 13만2279대가 팔려나가 같은 해 휘발유차(7만6284대)와 배 가까운 격차를 나타냈다. 작년 역시 9855대 격차로 앞서나갔다. 작년 1월 판매 집계에서 휘발유차가 4년 6개월 만에 경유차를 앞서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해 경유차 점유율(47.2%)이 휘발유차(42.9%)를 앞섰다.
반면 경유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선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유럽자동차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주요 15개국의 경유차 점유율은 2011년 56.1%였으나 매년 줄어 작년 45.7%까지 떨어졌다. 작년 상반기에는 경유차 점유율이 46.3%를 기록해 휘발유차(48.5%)에 8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당했으며, 올해 1분기 집계에서도 휘발유차(55.5%)가 경유차(37.9%)를 앞섰다.
세계에서도 경유차의 설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럽 내 경유차 점유율이 42%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위스 UBS은행은 오는 2025년 경유차 비중이 유럽에서 10%대로, 세계적으로는 4%대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도 '탈경유차'를 선언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는 2022년 경유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고, 볼보와 닛산은 경유 엔진을 더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유럽에서 경유차를 판매하지 않는 대신 2020년대 초반까지 세계에서 10종 이상의 배터리전기차(BEV)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폭스바겐 사태와 같은 '눈속임'이 아닌 BMW 화재 사건이 '결함'으로 판명이 날 경우 경유차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화하는 환경규제로 이미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는 경유차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를 앞당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