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삼성반도체 공장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가 '재벌에 투자와 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일파만파다. 김부총리는 즉각 개인 명의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가 없다'는 강한 반발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청와대 일각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다. 문 정부는 그 동안 대기업에 대한 압박과 친노동정책을 추진해 왔다. 법인세 인상·순환출자 해소·내부거래규제 강화·금산분리 강화·상법개정 추진 등 기업구조개혁에다 소득주도성장정책·최저임금인상·근로시간단축·통상임금범위확대·성과급페지·정년연장 등 친노동정책으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급기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벤처기업들까지 탈한국 러시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한국기업의 해외투자는 437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 4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증가율은 3~6월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률을 기록했다. 한국의 연간 설비투자 약 150여 조원 중 80% 이상이 대기업이 하고 있다. 대기업이 투자를 줄이니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폐업이 줄을 잇고 식당 술집 등 서비스업도 빈사상태다. 상반기 서비스업 전년동기비 증가율이 -2.6%로 6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680만 자영업자들은 하루에 3500여개가 문을 닫고 부채도 598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보도다. 이러니 일자리가 생길 리 없다. 상반기 도소매 음식숙박업에서만 46만개, 제조업에서도 26만개의 일자리가 날아가는 등 100여 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가 일자리 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은 인도 국빈방문 중 삼성전자 인도공장을 방문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의 대기업방문도 이어졌다. 평택 삼성반도체공장은 과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삼성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제부총리 방문을 앞두고 불거져 나온 '투자구걸' 논쟁은 과연 청와대 참모들이 지금의 경제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책입안자들은 지금 한국경제가 '투자구걸' 논쟁을 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은 대대적인 정부의 지원으로 대부분의 한국주력산업을 추격해 오고 4차 산업혁명에서도 앞서 가고 있고 미국 일본 유럽도 기업친화적 정책으로 기업수익개선과 구인난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한국은 지난해 기업 40%가 이익을 한 푼도 내지 못하고 10대 주력산업 중 조선 섬유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 5개 업종에서 고용이 감소했다. 서비스업에서도 일자리가 급감하는 등 일자리정부 슬로건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대통령의 투자·일자리 당부와 경제부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SK 삼성 등 대기업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 법인세 인상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경우 정부도 규제개혁 투자환경개선 투자·연구개발세액공제 노동유연성 제고 등으로 화답을 해야 혁신성장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진다. 혁신성장은 기본적으로 규제가 없는 투자환경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대규모투자를 하는데 규제가 지속되고 노동시장 경직성도 높아지면 엄청난 투자가 부실화되어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과거 무리한 성장정책이 위기의 도화선이 된 적도 있다. 문민정부 시절 신경제정책 추진으로 인한 무리한 투자가 부실화되면서 1997년 위기의 도화선이 되었고 2011년 유럽재정위기 발발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를 예견 못한 2010년 STX조선의 과도한 투자가 한국조선산업의 위기를 가져온 적이 있다. 지금 한국은 중국의 급속한 추격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등떠밀린 투자는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어느 분야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앞서 갈 수 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검토한 후 투자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