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 편의점 이해다툼 속
7차회의 개최일조차 못 정해
소비자 편익 증진 취지 상실
지정심의위 무용론까지 제기

약사회 등의 반발에 막혀 겔포스를 비롯한 가정상비약을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결정이 또 보류됐다. 대한약사회와 편의점 업계 간 이해다툼 속에서 상비의약품 판매제도의 취지인 소비자 편익 증진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을 위해 출범한 한시적 비(非)법정위원회인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에 대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보건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제6차 회의를 열어 제산제(보령제약 겔포스)와 지사제(대웅제약 스멕타) 등을 편의점 판매약 품목에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맺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겔포스, 스멕타의 편의점 행 결정은 향후 개최일 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제7차 회의로 유보됐다. 복지부는 차기 회의에서 두 약품을 안전상비약으로 지정하는 안건과 약사회가 제출한 '타이레놀500mg 제외' 안건 등을 재논의 할 방침이다.

겔포스, 스멕타는 지난해 말 제5차 회의에서 편의점 판매가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추가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대한약사회 측 인사가 회의장에서 자해소동을 벌이면서 논의가 지연돼 왔다. 약사회는 겔포스가 6개월 미만 영·유아에는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이라는 점을 들어 편의점 판매를 반대해 왔다.

한 심의위원은 "이번 회의에서는 안전상비의약품의 효능군으로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데 대다수 위원들이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약을 판매하도록 할 지를 정하는 품목 선정 문제에 대해 합의를 못 봤다"고 전했다.

그동안 소비자단체들은 편의성 증진을 위해 편의점내 상비약 판매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지난 6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소비자시민모임·한국소비자연맹· C&I소비자연구소 등 소비자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소비자가 약사의 도움 없이 의약품을 선택해 구매하는데 무리가 없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실질적인 편의성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진통 해열제, 소화제, 감기약, 파스 등 4가지 효능군에 해당하는 13개 약품을 판매 중이다.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인 김연숙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회장은 "정부가 상비약을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은 소비자가 다급할 때, 한 두 번 사용할 분량의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며 "안전성만 담보된다면 품목을 확대하는 것이 맞다. 다른 주요 국가들도 소비자가 상비약 수준 의약품을 편의점 등에서도 살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2000여개, 미국에서는 3만여개의 상비약을 처방전 없이 일반 소매점에서 살 수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안전상비약 판매 제도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심의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당장 병원에 갈 수 없는데 자녀가 설사병이 났을 때, 휴가지에서 멀미약이 필요할 때 국내에선 당장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약지도비가 수가에 반영돼 있지 않은 일반의약품에 대해 약사들이 복약지도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이런 경우 편의점에서 사나 약국에서 사나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측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국민 의료불편 해소책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편의점의 안전상비약 판매 시간도 '약국이나 병원이 문을 닫는 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홍보정책 국장은 "국민 의료불편 해소는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몇 개 추가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의료기관과 약국 간 공조체제 구축, 보건소 공중보건약사(정상근무 시간 이외에 근무) 채용 등 복약지도가 가능한 전문가를 통해 오·남용 없이 안전하게 약품을 공급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사들도 소비자가 만족할 수준의 복약지도를 하기 위해 자정노력을 하고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수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