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잘하는 것에 역량 집중
"일자리 늘리면서 거품뺐다" 평가

삼성,180조 통큰 투자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의 '통 큰' 투자 계획에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잘하는 것에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겨있다.

이 부회장은 앞서 한화와의 빅딜 등으로 비주력인 화학 계열을 과감하게 정리하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실용주의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이번 투자 발표에서도 '보여주기 식'의 내용보다는 실제로 삼성이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면서도 불필요한 거품은 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도 삼성의 이번 투자 발표를 과거와 비교해 파격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3년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제시한 130 조원의 경우 지난해 삼성전자가 했던 43조 4000 억원 수준의 투자를 유지하기만 해도 달성 가능한 목표치이기 때문이다.

대신 삼성은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사업을 선별해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다른 대·중소기업에게 미래 투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 삼성 고위 관계자는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보여주기 식으로 무엇을 만들었다기보단 삼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정리했고, 이는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역시 전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 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며 이번 투자 발표의 방향성에 대해 시사한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또 같은 자리에서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약속도 지켰다. 삼성은 이날 5년간 청년 취업준비생 1만명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청년들에게 유망 직종에 취업 기회를 열어주는 동시에 정부와 기업의 인재 부족의 애로사항을 해소해주겠다는 삼성의 상생 의지가 담겼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2월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된 이후 국민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했으며, 이날 발표에도 이런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밝힌 그로서는 사업에 못지않게 신뢰회복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000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발표를 내놨고, 최근에는 10년 이상 끌어온 '반도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했다.

한편 지난 2월 경영복귀 이후 '정중동' 행보를 보인 이 부회장은 최근 들어 잇따라 국내·외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직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았고, 삼성 계열사와 관련한 검찰 등의 수사도 남아있어 이 부회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낼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 계열사 경영 전반에 걸쳐 본인의 경영 색깔을 담은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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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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