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력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올 여름의 최대 수요를 8610만kW로 잡았던 산업부의 전망은 폭염이 시작되고 나흘 만에 깨져버렸다. 실제로 7월 24일의 전력수요는 사상 최대인 9248만kW를 기록했고, 예비전력은 709만kW(예비율 7.7%)까지 떨어졌다. 전력의 수급 상황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전력당국은 차분하다. 오히려 전력 수요 급증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고, 원전 가동 상황도 터무니없이 왜곡됐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다급해진 산업부가 원전의 정비 일정은 4월에 이미 결정해놓았던 것이고,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것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어설픈 해명을 내놓았다. 예비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실제 예비전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100만kW의 예비전력을 유지하려면 2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해명도 있었다고 한다. 산업부가 예비전력을 불필요한 낭비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비전력은 '돈을 내고 버리는 전기'라고 주장하는 언론 보도까지 등장했다.

예비전력은 송전망에 올려놓은 전력 중 실제 소비하지 못하는 전력을 말한다. 그런 전기는 송전선로를 떠돌다가 열의 형태로 환경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 사실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생산을 했지만 생산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낭비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예비전력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효율적인 전력 수급의 목표가 된다. 스마트그리드가 바로 그런 시도다.

그렇다고 예비전력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발전기 중 일부에 예상치 못한 고장이 발생하거나, 소비자가 갑자기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송전망 전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송전망에 연결된 모든 발전기가 한꺼번에 멈춰버리는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게 된다. 예비전력은 그런 비상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안전장치다. 그런 안전 비용을 낭비라고 아까워하면 순환정전이나 대정전에 의한 엄청난 피해를 피할 길이 없게 된다.

예비전력은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발전소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원전은 출력 조절이 불가능에 가깝다. 석탄화력은 정상 가동에 8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LNG 발전소도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면 오염 물질 배출이 늘어난다. 경부하 시간대의 할인 제도는 그런 예비전력을 유용하게 활용해보려는 노력이다.

예비율의 적정 수준을 설정하기는 쉽지 않다. 발전소의 특성도 중요하고, 전력 소비의 일반적인 패턴도 고려해야 한다. 전력거래소의 기술력도 중요하다. 전력 예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비전력이 5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 비상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다. 2011년 9·15 순환정전은 예비전력이 334만kW였을 때 발생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전력거래소는 전력 수요가 수급계획의 '목표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판단되면 '수요감축지시'(급전지시)를 해야 한다.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명문화된 규정이 그렇다. 지난 겨울에는 예비율이 10%를 넘었지만 그런 규정 때문에 10차례의 수요감축 지시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표수요를 638만kW나 초과한 날에도 수요감축 지시를 하지 않았다. 탈원전 때문에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의 낮은 가동률에 대한 지적도 절대 섣부른 것이 아니다. 90%를 웃돌던 원전의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원전의 가동률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평균 가동률이 50% 수준의 원전이라면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 당장 가동을 중단하고 해체해야 한다. 멀쩡한 원전을 탈원전을 핑계로 세워두고 있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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