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국내 통신시장은 이미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보편요금제나 원가공개 이슈는 통신사업자의 수익구조가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으며 더 이상 기존의 네트워크 사업 모델에만 기대어 안주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통신시장의 성장이 정체됨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은 인접 혹은 이종산업으로 진출하는 탈(脫)통신 흐름을 활발하게 보이고 있다.

시나리오 분석방법은 불확실성을 기초로 의미 있는 시나리오들을 도출해 미래에 대비하려는 기법인데 통신사업자의 탈통신 등 새로운 방향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할 때 매우 도움이 된다. 그런데 통신사업자가 새롭게 진출하는 이종산업 영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가는 융합 생태계에서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신산업의 미래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전략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한 통신산업의 미래는 통신 네트워크의 가치 변화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네트워크는 대안망의 등장, 사업자의 증가 등으로 인해 덤파이프(Dumb pipe)로 전락할 수도 있고 5G나 프리미엄 망 구축을 통해 생태계 내에서 필수재의 성격을 갖는 스마트파이프(Smart pipe)로 기능할 수도 있다. 이 두 개의 불확실성을 결합하면 통신산업의 미래 모습은 네 가지 시나리오로 요약된다.

첫째 '대장 시나리오'는 네트워크 가치가 유지되는 가운데 융합 생태계를 통신사업자가 주도하는 시나리오로서 통신사업자가 지금까지 키우고 유지해 온 능력을 앞세워 주도적으로 일을 이끌어 나가는 대장의 역할을 하는 경우로 설명할 수 있다. 두 번째 '멘토 시나리오'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유지되지만 비통신사업자가 융합 생태계를 주도하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결국 통신사업자가 능력은 여전하나 다른 이들의 활약을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멘토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아재 시나리오'는 네트워크의 가치가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가 융합 생태계를 주도하려는 상황으로서 능력과 영향력은 예전과 같지 않으나 여전히 일을 벌이려 앞장서는 아저씨를 가리키는 속어 아재에 비유한 것이다. 마지막 '퇴물 시나리오'는 네트워크의 가치도 하락하고 융합 생태계도 비통신사업자가 주도하는 시나리오로서 능력도 예전과 같지 않고 일의 주도권도 빼앗긴 퇴물로 전락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국내 통신 관련 전문가들에게 향후 5년을 기준으로 상기한 네 가지 시나리오별 발생 가능성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한 결과, 멘토 시나리오, 즉 네트워크의 가치는 유지되지만 비통신사업자가 생태계를 주도하는 시나리오의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게 평가되었다. 순서대로 보면 발생 가능성은 멘토 시나리오, 퇴물 시나리오, 대장 시나리오 그리고 아재 시나리오의 순으로 높았다. 멘토 시나리오의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는 네트워크가 다양한 융합 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서 여전히 필수재로 인식되기는 하지만 통신사업자가 전반적으로 생태계를 주도하는 역할은 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는 것이다.

멘토 시나리오 하에서 통신사업자는 우선 의료, 금융 및 미디어 분야 등에서 끊기지 않는(seamless) 연결과 네트워크의 보안성을 보장하기 위해 네트워크의 고도화와 프리미엄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 등 비통신사업자가 생태계를 주도할 때 이들의 필요에 맞는 네트워크 솔루션을 제공하고, 스타트업 펀드 조성, 적극적인 지분 투자, 합작기업 설립 등을 통해 융·복합 생태계에 진출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 적합하다. 즉 내부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여 직접 사업을 주도하는 것보다는 투자, 협력, 공동개발 등 생태계 멘토로서의 활동이 장려되는 것이다. 통신사업자가 탈통신 영역에서도 대장이 되면 좋겠지만 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퇴물이나 아재로 전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융합 생태계의 멘토로 자리를 잡는 노력이 성공의 요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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