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세계를 호령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도 국내에서 미국차는 '찬밥' 신세다. 단순 판매량은 8년 연속 늘어나고 있지만, 점유율은 역주행하고 있다.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점유율은 해마다 줄어들어 이제 '최저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차량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판매 차종이 워낙 적은데다, 국내 소비자의 성향과 업계 트렌드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설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2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998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 점유율은 59.10%에 달했다. 국내에 새로 등록된 수입차 10대 중 6여대가 미국차였던 셈이다. 그러다 렉서스, 혼다 등 일본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자 시장 경쟁 과열로 2009년 10.10%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0년 8.2%로 하락했고, 줄곧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올 들어 6월까지 점유율은 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그나마 올 7%대 벽 사수도 위태롭다. 그동안 소폭이나마 증가 추세였던 판매량도 올 상반기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차 판매량은 9771대로, 작년 같은 기간(9819대)보다 0.5% 줄었다. 8년 동안 이어져 온 판매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미국차는 2009년 6140대를 시작으로 2010년(7450대), 2011년(8252대), 2012년(9274대)에 이어 2013년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작년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판매량을 늘려 2만대를 넘어섰다.

미국차가 기를 펴지 못하는 배경에는 두텁지 못한 제품군이 지목된다. 현재 국내서 차량을 시판 중인 미국 브랜드는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 캐딜락, 크라이슬러, 지프, 포드, 링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국내서 판매 중인 차량은 단일 차종 기준 24종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수입차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판매 중인 차종(23종)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절대적인 '고급차' 강세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벤츠와 BMW 등 독일차 '투톱'의 독주 체제는 꽤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다. 미국차 가운데 이들을 상대할 수 있는 대항마는 GM의 고급차 캐딜락이나, 포드의 링컨 등을 꼽을 수 있지만, 경쟁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판매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차량 외관의 크기는 독일차를 압도하지만, 더 이상 국내 소비자들은 외관만을 중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큰 덩치는 '기름 먹는 하마'라는 인식을 더욱 깊게 각인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의 구매리스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참다못한 미국차도 발버둥을 쳤다. 경유차가 강세를 띠자 국내로 경유차를 들여오기도 했고,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출력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적용한 차량도 잇달아 선보였다. 또 일부는 하이브리드차를 들여오며 친환경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독일차와 일본차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당장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2년 동안의 공백을 깰 무기로 '할인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동급 국산차와 유사한 가격을 내세울 것으로 전해지면서 독일차 점유율을 더 끌어올 것으로 관측된다. 도요타와 렉서스를 필두로 한 일본차는 기존 하이브리드 제품군을 앞세운 '친환경' 전략을 더욱 강화해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눈에 띌만한 제품 없이 극심한 '신차 가뭄'에 시달리는 미국차로선 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김양혁기자 mj@dt.co.kr

포드 익스플로러. <포드코리아 제공>
포드 익스플로러. <포드코리아 제공>
뉴 지프 체로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코리아 제공>
뉴 지프 체로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코리아 제공>
캐딜락 CT6. <GM코리아 제공>
캐딜락 CT6. <GM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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