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20여대 불탄 뒤에야 대응 내년 반쪽짜리 '레몬법' 시행 우려 "소비자 보호장치 강화 필요성 ↑"
주행 중 화재 사고로 전소된 BMW 520d.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에 대한 회사 측의 '늑장대응' 논란이 커지면서 국내 소비자를 위한 법·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내년 '레몬법' 시행을 앞두고 반쪽짜리 법이 되지 않기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가 리콜 계획을 발표한 시점은 이미 올해만 20여대의 차량이 불에 탔을 때다. 국내에서 차량 화재는 하루 평균 10건 정도가 발생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같은 차종에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불이 난 사례는 이례적이다.
정부가 지난 6월 화재 빈도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제작결함 조사를 시작하고 나서야 7월 말 BMW코리아의 리콜 계획이 결정됐다. 일부 차주들 사이에서는 2015년부터 유사한 화재 사고가 여럿 있었음에도 BMW코리아가 사태가 커지기 전까지 차주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며 부실 대처를 했다는 불만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사의 이 같은 무책임한 행태를 막고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면 미국이나 영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당 제도는 제조사가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내용이다. 기업이 일련의 행위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배상금을 물 수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와 선제적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앞서 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조작 이후 미국에선 최대 1000만원 이상의 보상을 한 것과 달리, 국내에선 10분의 1수준인 100만원짜리 쿠폰만 제공해 불거진 차별 논란도 이와 같은 제도를 의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올해 4월부터 제조물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이미 도입돼있다. 이에 따르면 제조업자가 제품의 결함을 알면서도 조처를 하지 않아 소비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 제조업자에게 피해 정도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문제는 배상액 규모가 최대 3배로 크지 않은 편이고,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해당해 이번 BMW 사태처럼 재산상 손해만 발생한 경우라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상액 규모를 최대 3배로 제한한 것은 안일할 생각"이라며 "미국에선 차량 가격의 8배에 달하는 배상이 이뤄진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함께 '집단소송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해 승소하면 그 효력이 별도의 판결 없이도 같은 피해자들에게 적용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 소송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국내엔 도입돼있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BMW 차주들이 공동으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는 해당 차주들에게만 유효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른바 '레몬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단으로도 필요성이 강조된다.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또다시 하자가 발생하면 원인 규명을 거쳐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결국 BMW 사례처럼 차량이 불이 나 다 타버리면 법 요건을 충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원인 자체가 사라져 레몬법 적용이 어려워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 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한 형식만 따온 레몬법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