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번 입찰 모두 유찰돼
성남시의 부정적 입장 여전
높은 매각가도 걸림돌 작용

LH가 8년째 매각 추진 중인 분당 오리사옥 전경.   LH 제공
LH가 8년째 매각 추진 중인 분당 오리사옥 전경. LH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0년 이후 8년째 매각을 추진 중인 경기도 성남 오리사옥이 올해도 주인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도시계획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경기도와 성남시가 매각의 핵심인 용도 변경에 여전히 부정적인 데다 매각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에 따르면 LH는 올 2월부터 6월까지 오리사옥 매각을 위해 6번의 입찰에 나섰지만 모두 유찰됐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 본사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경기도와 성남시는 손을 놓고 있다. 오리사옥을 업무시설 외의 용도로는 활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며 매각 작업에 찬물만 끼얹고 있는 형국이다.

성남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당분간 오리사옥 용도 변경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LH 오리사옥은 권장 용도인 업무시설이 들어서면 인센티브 혜택이 30% 적용되지만 업무 시설 외 주거 시설 등으로 용도 변경이 되면 이 혜택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LH오리사옥 매각의 핵심인 주거시설로의 용도 변경 추진은 올해도 물 건너간 셈이다. 이로써 새 주인 찾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997년 6월 10일 준공된 LH 오리사옥은 부지 3만7998㎥, 건물 연면적 7만2011㎥ 규모다. 매각가는 4250억원으로 기존 매각가인 3524억9000만원에서 21% 올랐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종전부동산 중 몸값이 가장 비싸다. 종전부동산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사용했던 유휴 사옥 등의 부동산을 말한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된 후 2010년부터 이 사옥의 매각을 추진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따라서다.

LH 오리사옥은 당초 역세권 입지와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는 점 때문에 매각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다. 분당선 오리역 1번 출구와 맞닿아 있으며 사옥 동쪽에 오리공원과 탄천이 있다. 사옥 서쪽으로는 홈플러스, 농수산물센터 등 상권이 형성돼 있다. 이외에도 성남대로와 분당∼수서 간 도시고속화도로가 인접해 있다.

그러나 인근 판교에 창조경제밸리가 들어서면서 오피스 시장이 몰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13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배후수요만 7만여 명에 이른다. 경기도 오피스텔 수익률은 5%대로 2007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는 오리사옥을 업무시설로 활용하기에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돈 문제지만 매각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는다면 LH가 성남시에 사옥 부지 일부를 기부채납 하는 방식을 택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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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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