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발 도미노 물가인상
음식·숙박 물가 역대급 수준
'주52시간'으로 지갑 얇아지고
가계대출 상환 부담은 더커져

폭염에 치솟는 체감 물가와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소비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에 따라 대출을 늘려온 가계들은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에 지갑을 쉽사리 열지 못한다. 여기에 체감 물가는 치솟지만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월급이 줄어든 것도 소비절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출목적별로 '음식 및 숙박'의 물가지수가 108.05로 가장 높았다. 음식 및 숙박 지수는 다른 지수들과 달리 기준점인 2015년 7월 100.19로 기준치 100을 넘은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음식 및 숙박 물가는 올 7월이 역대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학교급식비가 92.14로 기준치 100을 하회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서민들이 많이 섭취하는 죽과 갈비탕 가격이 크게 올랐다. 갈비탕 물가지수는 115.6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75)보다 6.3% 증가했다. 죽도 102.18에서 118.68로 증가율이 6.4%에 달했다. 김밥과 떡볶이 가격도 오름세를 주도했다. 7월 김밥 물가지수는 119.3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3.46)보다 5.14% 증가했다. 떡볶이는 111.84로 전년 동월(105.95) 대비 5.55%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식·숙박업의 소상공인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에 가까운 일용직 노동자들이 밖으로 내몰리고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라 임금이 사실상 감소하면서 서민들 지갑 사정은 팍팍해져가고 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0으로 1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지난달보다 4.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하락폭도 1년 8개월 만게 가장 크다.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경기 전망이 어두운 것이다. 지수 자체도 기준치인 100을 턱걸이했다. 현재 고용지표나 역대급 무더위 등을 고려했을 때 8월 소비자전망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질 우려도 나온다.

이 와중에 소비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상위 20%인 소득 5분위 가구는 전체 해외소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돈 쓸 능력은 되지만 국내보다 해외에서 쓰는 돈이 더 많은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 수준은 둔화하고 있으나 15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어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체감 물가가 오르는 것은 관리물가를 빼면 시장에 의해 움직이는 물가가 2%가 넘는다는 것을 정부에서 고려를 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난다고 전망했지만 물가가 오르는 데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못했다. 이 같은 괴리가 이어지면 향후 소비절벽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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