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에도 나란히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면서 최근 불거진 반도체 고점 논란을 불식시켰다. 미중 통상전쟁의 '유탄'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 악재에도 IoT(사물인터넷)·빅데이터 관련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만큼 급격한 하락세는 아니더라도 내년 이후 일정 수준의 조정기는 있을 것이라는 분석은 여전하다. 중국 등 경쟁 업체들이 당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어느정도 가격 상승세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전체의 2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반도체 의존도가 이후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6일 공시를 통해 올 2분기에 매출 10조3705억원, 영업이익 5조5739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상반기에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조902억원과 9조9413억원에 달했다.
오는 31일 2분기 실적 확정치 발표와 함께 사업부문별 성적을 내놓을 예정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22조원 이상의 매출에 1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업체의 실적을 합치면 2분기에만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약 32조원, 영업이익 17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올해 전체로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93조원·영업이익 49조원을 기록하고, SK하이닉스는 매출 41조원·영업이익 21조원을 올리면서 또다시 '실적 신기원'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처럼 두 업체의 반도체 사업이 호조를 이어가는 것은 주력 사업인 메모리 시장의 호황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는 우호적인 메모리 수요 환경이 지속됐다"고 설명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고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서버용 D램 제품의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모바일 D램도 주요 업체들이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공정 미세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최근 공급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연말을 앞둔 계절적인 성수기 효과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인해 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이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부터는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 반전하면서 비관론이 목소리를 키우는 양상"이라면서 "특히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토대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경우 우리 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 노력으로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반도체 슈퍼호황 중단 이후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는 등 메모리반도체 슈퍼호황 이후 조정기를 대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