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못지 않게 정책 신뢰 중요… 작은 과제 너무 많고 절차·지원 기준 복잡해
후속사업 전략·기획 부재… 중기 기술에 대기업 공정한 대가 지불하는 문화 필요
중기부 출범 1년, 정책조정 기능 · 어젠다 안보여… 철학· 구조 큰그림부터 그려야

최근 서울 중구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가진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이 중소기업 기술혁신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범 1년을 맞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부처 차원의 중기R&D 청사진을 만들고, 청와대와 과기혁신본부도 범정부 차원의 어젠다를 제대로 설정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동욱기자 fufus@
최근 서울 중구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가진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이 중소기업 기술혁신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범 1년을 맞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부처 차원의 중기R&D 청사진을 만들고, 청와대와 과기혁신본부도 범정부 차원의 어젠다를 제대로 설정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동욱기자 fufus@

중기 기술혁신 정책, 이대로 좋은가

조선, 자동차 등 전통 주력산업의 위기 속에 기술력과 혁신성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을 키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게 국가적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 현 정부가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한 배경에도 이런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중기부는 최저임금과 일자리 정책 등에 밀려 R&D를 포함한 중소기업 기술혁신 정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관련 조직이 있지만 큰 틀의 중소기업 기술혁신 정책을 내놓는 곳이 없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R&D 지원이 최근 빠르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원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연 3조원을 넘긴 중소기업 R&D가 밑 빠진 독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기존의 소액 뿌려주기식 사업을 재설계해 기업들이 리스크 있는 기술에 제대로 투자할 수 있게 규모와 사업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서울 중구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R&D의 성과와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사업의 큰 틀과 세부전략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규모가 연 3조원을 넘어서고 중기부 R&D 예산은 1조원이 넘었다. 정부R&D 투자가 정체된 상황에서 증가폭이 가파른데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노민선=현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제시한 중소기업 R&D 2배 확대 계획은 신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구체적인 방법과 형태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전체 방향성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중소기업 R&D는 효율성 못지 않게 정책적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될성부른 중소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지만,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R&D에 적극적인 중소기업에 대한 꾸준한 지원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손병호=R&D 예산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정부 역할이다. 지원예산을 늘리는 데 동의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R&D는 2014년 2조4000억에서 지난해 3조1600억으로 7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중기R&D 지원을 많이 하는 나라다.

그런데 내용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저변확대와 선택과 집중을 조화롭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작은 과제를 뿌려주는 비중이 너무 크다. 그렇다 보니 R&D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사업화까지 연결시키는 경우가 적다. 성과나 효과를 높이도록 지원대상을 정교하게 하고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이삼열=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규모 2배 확대 공약은 '패러독스'를 갖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들을 바라보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그들의 지지를 얻어내 정치적 입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에만 성장동력을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중소기업을 혁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한 정책에 두가지 의도가 담긴 것이다.

그런데 두가지 의도 사이에 충돌이 생긴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정치적 지지를 받으려면 예산을 최대한 많은 곳에 뿌려줘야 한다. 반면 성장동력을 만들려면 혁신형 기업, 이노비즈 기업 등에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두 가지 어젠다를 한 정책 프레임 안에서 어떻게 밸런스 있게 충족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두 개 이슈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중소기업 R&D 지원사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원인에 대한 진단을 내리자면.

◇이흥신=2015년 창업했는데 현장에서 겪어본 문제는 과제당 지원규모가 너무 작고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턱없이 높은 성공률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R&D 과제 예산은 모터 하나 개발하기도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R&D 성공률에 대한 잣대가 너무 높다. 기업 선정기준도 문제다. 정부는 재무건전성을 가장 먼저 보는데 기술개발 하는 기업이 재무건전성이 좋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틀에 맞춘 기업에 주로 지원이 간다.

원천기술은 하드웨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기반 개발은 대부분 건너뛰고 R&D가 지나치게 소프트웨어에 치우쳐 있다. 현대자동차가 엔진을 개발하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다. 미국은 돈이 많으니 필요한 기업을 사면 되지만 돈이 부족한 우리는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병헌=조달청 구매조건부 R&D 사업의 경우, R&D 성공률이 98%에 이르는데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사업화 성공률은 78%에 이른다. 그런데도 국회와 감사원에서 왜 100% 사업화를 못 하느냐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이미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을 갖고 와서 90% 넘는 성공률을 만들어낸다.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R&D를 하기 힘들다.

◇손병호=정부가 주는 규모로는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게 문제다. 주로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기술적 애로에 도움을 주는 정도다. 지원은 작게 하면서 리스크 부담은 안 지려고 한다. 불확실성이 높고 실패위험이 높은 R&D를 정부가 도와야 하는데, 성과와 성공률을 따지니 기업들은 쉬운 과제를 하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큰 기술, 파괴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다. 기업을 선정할 때 재무건전성, 보유 특허 등을 주로 보니 과제계획서를 잘 쓰거나 그 분야에서 성숙된 기업에 자금이 많이 간다. 그러다 보니 정부R&D 지원을 받은 기업이 안 받은 기업보다 고용증가율, 매출액 성장률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초기 벤처기업이나 성장단계 기업에 제대로 된 투자가 돼야 한다.

◇사회=그렇다 하더라도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은 포기할 수 없는 방향인데.

◇이병헌=효율성 논쟁이 있지만 고용장려금을 주기보다는 R&D 지원을 확실히 늘려서 지금의 산업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사업 전환이나 기술혁신을 통한 변화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R&D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손병호=문제는 제대로, 효과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R&D 지원을 늘리되 지금까지의 지원방식과 패러다임은 바꿀 필요가 있다. 예산의 일정 부분은 뿌려주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과제당 규모를 늘리고 전략분야,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영역 등에 더 집중해야 한다. 또 지금은 업력을 쌓은 성숙기업에 지원이 많이 되는데, 창업 초기기업이나 10년 이내 성장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병헌=문제는 지금까지 골고루 뿌려주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어디엔 집중되고 어딘 안 갔다. 전략적 목표가 불명확했다. 비료를 줬는데 어디는 너무 많이 줘서 고사하거나 웃자라고 어딘 영양실조가 걸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담당자들은 지금까지 많이 뿌려줬다고 오해한다. 그러니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건 아니다. '편중된 뿌려주기'를 고쳐야 한다. 안 간 곳을 찾아 고르게 지원해야 한다. 5인 이하 기업, 창업 초기이면서 R&D를 안 해본 기업에 뿌려줘야 한다.

◇이흥신=미국의 지원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기술개발 목표를 세운 후 기업을 한 곳만 선정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몇 곳을 정해서 R&D를 시키면서 최종적으로 한 곳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예를 들어 국방 레이더 기술을 개발한다면 처음에 3개 기업을 선정해 똑같은 자금을 준다. 그러다 일정 기간 후 2곳으로 줄인다. 한 곳에 몰아주지 않고 일정 평가기간을 거쳐 최종 한 곳을 뽑는 것이다. 그렇게 개발한 기술은 대기업이 사가서 제품화한다. 그런 방식에선 R&D 결과가 100% 산업화 된다.

◇손병호=미 국방부 산하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와 SBIR(범부처 중소기업기술혁신지원사업)의 경우, 본격적인 R&D 전 아이디어 증명 단계에 15만달러를 준다. 규모 있는 지원을 통해 제대로 된 연구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중소기업 R&D 사업은 1억 미만 과제가 40%인데 소액을 지원하고도 똑같이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요구한다. 일률적으로 뿌려주기보다 기업이 원하는 부분을 물어봐서 상황에 맞는 씨앗을 많이 깔아주는 게 필요하다. 지원받은 기업들이 결과를 내면 그중 걸러내고 규모를 늘려서 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연구비 규모에 맞게 다른 성과를 요구해야 한다.

◇노민선=국내 기업부설연구소가 4만개를 넘어섰는데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이제 중소기업 R&D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중소기업 R&D 조직은 연구원이 10인 미만인 소규모 비중이 90%일 정도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외부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 개방형 혁신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연구소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또 각 중소기업 연구소의 혁신역량에 맞춰서 차별화된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은 일반연구소와 우수연구소 지원이란 투트랙으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

◇사회=중기부의 R&D 전략과 큰 그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손병호=중소기업 R&D 주무부처인 중기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중기부가 집행하는 주요 R&D 사업 11개가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일몰되는데 후속사업에 대한 전략과 기획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올해 R&D 예산이 줄었다. 중기부가 R&D 사업구조를 바꾸고 기업 혁신역량별로 단순화·구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비전을 빨리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올초 중기부가 내놓은 R&D 혁신방안에 좋은 내용이 많았다. 이제 실현방안을 만들 때다.

◇이삼열=현재 정부R&D 예산은 거의 정체된 상황이다. 중기 지원 R&D 예산을 2배로 늘리는 건 좋은데 어디서 가져올지가 궁금하다. 어느 부분의 예산을 줄일 것인가가 다음 단계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지원예산을 줄일 것인지, 출연연 지원을 축소할 건지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흥신=미국이 중소기업 R&D를 지원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대기업의 성장엔진을 만들기 위해 중소기업을 활용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만든 지식과 기술에 대해 대기업은 공정한 대가를 낸다. 우리도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단일 중소기업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대기업이 차세대 기술을 더 빨리 사업화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 미국은 그런 면에서 똑똑하다. 중소기업의 R&D를 지원하면 개발한 기술의 구매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매하는 회사를 지정하면 된다.

◇사회=중소기업 전용 R&D 지원 확대에 대해서도 정부 내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손병호=정부가 중소기업 R&D뿐만 아니라 기초연구 지원예산도 2배 늘리겠다는 계획인데, 기초연구의 경우 연구자를 신진·중견·리더 등의 그룹으로 나눠 지원규모와 프로그램을 달리한다. 기업도 그렇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혁신역량과 성장단계별로 신진그룹은 씨앗을 뿌리고 중견그룹은 지원규모를 늘려 사업화하도록 하는 식이다. 중기R&D도 그런 체제로 가야 한다.

◇이병헌=과기혁신본부가 내년 국가R&D 예산을 배분조정하면서 중기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한편에선 새로운 중기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하고 있다. 중기부 R&D 사업이 상당수 일몰됐는데 후속 사업 방향에 대해 과기혁신본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관점과 중기부 생각에 차이가 있다. 과기정통부나 산업부의 기술·산업 중심 R&D 추진방식에서 봤을 때 중소기업 R&D 지원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중기부는 이에 대해 적합한 평가를 해주지 않는다는 게 불만이다. 혁신본부나 KISTEP은 중기부의 전략과 계획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중기부는 중소기업 R&D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다. 과기보좌관과 청와대가 기초연구 늘리는 데만 매몰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혁신본부도 중기부 R&D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효과적인 그림을 유도해야 하는데 중기부가 가져오는 사업계획을 칼질만 하고 있다.

◇손병호=과기 정책현장에서는 중기부가 큰 그림을 내놓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조원에 달하는 중기R&D 예산에 대한 문제가 지적돼 왔으면 사업에 대한 철학과 구조를 그리고 일몰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어야 한다. 청에서 부가 됐으니 예산을 많이 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삼열=이같은 어젠다를 중기부 단독으로 설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본다. 중기부는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큰 부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처로 승격됐다. 정부가 그 정도 공약을 했다면 중기부 보다 높은 수준에서 그림과 어젠다를 그려야 한다. 그게 지금까지 안보였다. 중기부를 부처로 승격했을 뿐 중기 기술혁신 관련 거버넌스도, 정책조정 기능도, 어젠다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국정운영에서 중기R&D 지원 어젠다가 후순위로 밀리는 게 문제다. 올해 해법이 안 나오면 이번 정권에서는 어렵다고 본다.

▷노민선=중기R&D 지원을 확대하는 데 앞서서 부처간 소통과 협업을 강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성장단계에 맞게 부처들이 연계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병헌=중기부 내에서도 R&D 정책의 우선순위가 낮은 게 문제다. 중기부 장관 취임 후 정책혁신 TF로 일반중기정책, 창업벤처정책, 소상공인정책 관련 팀을 만들었다. R&D는 창업벤처정책에 포함해 들여다보는데, 그 안에서도 주목도가 떨어졌다. 장관부터 나서서 기술탈취 방지, 공정경쟁, 프랜차이즈 갑질 방지, 중기 고유업종 지정 등에 관심을 쏟고 추진하지만 혁신성장의 답은 R&D와 창업에서 나와야 한다.

▷노민선=중소기업들은 드러난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 기업R&D 조세지원제도가 올해 말 일몰되는데 일몰기한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이공계 병역특례인 전문연구요원제도도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다.

R&D 후공정이라 할 수 있는 중기 기술보호 지원과 관련 예산도 늘릴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 기술보호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기술보호 노력에 대해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4차 혁명시대에 대응하려면 창의적 사고를 가진 융합형 인재가 중소기업으로 더 많이 유입될 수 있어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44.5%의 중소기업이 앞으로 5년간 R&D 인력 수급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의 수요를 반영해 대학에 계약학과를 만들고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만들어야 한다.

▷이흥신=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환경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 자금을 모태로 한 벤처캐피털들은 100곳의 기업에 투자해서 20~30%를 성공하길 원한다. 그러다 보니 상장 직전 기업에 많이 투자한다. 대조적으로 미국 VC들은 성공률 2~3%를 기대한다. 2~3개 성공한 곳에서 대박을 터트리는 것이다.

국내 VC는 창업 몇년 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도 적자인지 아닌지 재무제표를 본다. 내가 만나 본 미국 VC들은 재무제표를 안 본다. 당연히 적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투자환경에서 국내 스타트업은 풀빵 만들어 팔면 딱 맞다. 풀빵 기계를 만드는 회사가 클 수 없는 구조다.

중국 정부와 투자사들은 훨씬 적극적이다. 모든 환경을 만들어줄 테니 중국으로 오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많은 기업이 중국에 종속될 것이다. 투자환경을 바꾸고 스타트업이나 중기벤처들이 시장에서 자리 잡은 대기업이나 규모 있는 기업과 관계를 맺고 시장을 찾도록 해야 한다. 구글은 야후와 손잡았기 때문에 클 수 있었다. 자유로운 혁신을 하는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을 대기업이 가져가서 채택하는 문화와 생태계가 필요하다.

대기업들은 해외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기술도 제값을 주고 사가거나 투자해야 한다. 우리가 보유한 특허기술을 국내 대기업에 팔려면 미국에 법인을 만들어서 협상을 해야 한다. 국내 기업이라고 하면 대가를 더 적게 주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참석자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이병헌 광운대학교 교수(경영학부)
이삼열 연세대학교 교수(행정학과)
이흥신 드로젠 대표
안경애 디지털타임스 과학바이오팀장(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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