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수입 원유, 값상승땐 치명
교역조건 3년7개월만에 '최악'



국제유가 인상에 따라 석유류 제품 수입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수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인데 수출제품이 시장에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6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100.64) 대비 7.3% 하락한 93.29이다. 이는 2014년 11월(92.40)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으로 2010년 100이 기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00개를 수출해 그보다 많은 양을 수입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100개를 수출해도 93개만 수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출품이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어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로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세다.

다만 수출물량이 늘어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46.03으로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이다. 수출물량지수는 156.53으로 전년 동월보다 8.3% 증가했다. 반면 수입물량지수는 일반기계와 제1차 금속제품 등이 감소하면서 131.22로 전년 동월 대비 1.8% 하락했다.

수출물량이 늘고 수입물량이 줄었는데도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악화된 것은 수출 채산성 하락을 의미한다. 많이 팔았어도 사들일 수 있는 물건 양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수출 가격은 5.3% 오른 반면 수입 가격은 13.6% 급증했다.

한은은 수입 가격이 오른 이유로 고유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5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4.41달러로 1년 전(50.72달러)보다 46.7% 폭등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 수입금액지수도 119.94로 전년 동월 대비 55.9% 상승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에 직격탄이 된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하면 수출 기업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져 경상수지도 나빠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전망을 650억 달러 흑자로 4월 전망치인 705억 달러보다 낮췄다. 무역 전쟁 등이 심화하면서 하반기 수출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나마 수출 호조를 이끌고 있는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기 및 전자기기인데 하반기에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 증가 등으로 이마저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전 세계 상품무역이 크게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중 분쟁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도 가세해 수출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최근 반도체 등 분야에서 한·중 기술 격차 가 줄어들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