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반도체 등 삼성전자 작업장 근로자들의 직업병 보상 등 논란과 관련해 조정위원회가 '합의안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중재 방식의 조정재개를 삼성전자와 근로자 측에 공개 제안했다. 이에 따라 10년 이상 끌어왔단 직업병 보상 등에 대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는 지난 17일 삼성전자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양측에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발송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조정위는 "지금까지 해왔던 조정 방식이 아닌 중재 방식을 제안했다"며 "조정 방식이란 위원회가 양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하면 양측이 이를 수락할지 거부할지 결정하는 방식이고, 중재 방식은 위원회가 양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결론에 해당하는 중재 결정을 하면 양측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일종의 강제조정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위는 이어 "만약 양 당사자가 중재방식에 동의하면 조정위가 조정을 시작한 뒤 3년 반 만에, 그리고 반올림이 발족한 지 10년 만에 최종 타결의 실마리가 열리는 셈"이라며 "조정위에서는 배수진을 쳤다. 이번 제안이 마지막 제안이며 오는 21일 자정까지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정위의 이번 공개 제안은 만약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활동을 종료하겠다는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조정위 측은 하지만 올해 초 양측으로부터 합의를 포기하진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단순히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의 사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며 "지금은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조정위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올림 역시 조정위의 제안에 대해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의 갈등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1년 뒤인 2008년 반올림이라는 시민단체가 발족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2012년 반올림과 피해 의혹 근로자들과 대화를 제안해 만났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14년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 황 씨의 사망이 여론의 주목을 받았고, 삼성전자와 반올림, 그리고 별도의 피해 의혹 근로자·가족들이 만든 가족대책위(가대위)의 합의로 같은 해 12월 김 전 대법관 등으로 구성한 조정위를 발족했다. 조정위는 2015년에 질병지원보상과 사과,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등에 대한 2015년 1차 조정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지난 2016년 1월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가족대책위원회 송창호 대표에게 사과문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지난 2016년 1월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가족대책위원회 송창호 대표에게 사과문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정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