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요구사항 면밀히 검토"
재감리 결과따라 갈등불씨 남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기준 위반 판정을 놓고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요구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요구를 수용했다.

금감원이 한발 물러서면서 두 기관의 갈등은 일단 봉합국면이다. 그러나 갈등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감원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와 관련해 지난 6월부터 두 달에 걸쳐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심사숙고해 결정한 내용에 대해 존중한다"며 "증선위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금감원이 보였던 강경한 태도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2015년뿐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직후인 2012~2014년의 회계처리에 대한 타당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금감원에 감리 조치안 수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를 거부해왔다.

지난 9일에는 윤석헌 금감원장까지 나서 "당초 안은 2015년 이슈에 집중돼있고 증선위에서는 그 이전 문제에 대해서 봐달라는 것"이라며 "절차적으로 금감원이 그 부분까지 검토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누락을 '고의'로 판단, 담당 임원 해임권고 및 검찰 고발 등을 의결했다. 아울러 핵심 쟁점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과 관련해서는 금감원의 재감리를 요청했다.

증선위 결과 발표 당시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은 증선위의 '명령'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금감원을 압박했다. 특히 현행 외부감사법과 외부감사규정상 재감리를 거부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금감원 역시 최근 '금융위-금감원 대립각'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13일 오전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와 관련한 백브리핑을 공지 1시간 만에 취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침까지 담당부서 간 브리핑과 관련한 조율이 되지 않았다"며 "최근 (금융위와의)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자 브리핑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증선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향후 재감리 결과에 따라 갈등의 불씨가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금감원은 증선위 요구대로 2012년부터 회계처리 적적성 여부를 검토할 경우 고의성 입증이 불리해진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하면서 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33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급증한 것에 주목하면서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5년뿐 아니라 그 이전 회계처리까지 보고 되면 금감원이 분식회계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재감리 결과 고의가 아닌 과실로 바뀔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처분 수준이 낮아지고, 금감원도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 금감원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minsu@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