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에다 수출부진까지 겹치며 당장 주요 상장기업의 2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정유·화학업종을 빼면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줄었다.

15일 디지털타임스가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제조업 중심 77개 업체의 2분기 실적 평균은 매출 374조3325억원, 영업이익 37조9373억원으로 집계됐다.

겉으론 괜찮아 보인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조5046억원(4.3%), 2조4111억원(6.8%) 증가했다. 금융계열과 지주회사 전환으로 실적 비교가 불가능한 BGF 리테일은 제외했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을 빼면 우리 경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상승분 2조9460억원을 덜어내고 나머지 기업들의 합계는 전년동기대비 5347억원 줄었다.

여기에 정유·화학 업종을 추가로 빼면 감소 폭은 더 커진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정유·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9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66개 업체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5692억원이나 줄었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등 다른 업종의 경우 실적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반도체와 정유·화학 업체를 제외하면 전체 기업의 40.9%가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거나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업체가 적자 전환했고, 22개 업체는 영업이익이 줄었다.

특히 중국 굴기의 직격탄을 맞은 LG디스플레이는 작년 8043억원 영업흑자에서 2177억원 영업적자로 적자 전환했다. 수주량이 급감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전력도 적자 전환했다. LG전자·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LG이노텍 역시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영업이익이 무려 24.6% 줄어 최근 자동차 산업의 부진을 그대로 보여줬다.

철강과 건설업의 경우 대체로 선방하긴 했지만,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의 철강 보호무역 확대와 건설경기 위축 등 부정적 요인이 본격적으로 작용하는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 들어 조정세에 접어드는 분위기고, 여기에 철강·자동차 보호무역 확대와 고유가, 소비경기 위축 등 올 하반기 역시 악재만 산적해 있다"며 "반대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사업 성장동력 육성은 각종 규제 등으로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당분간 전반적인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정일·김민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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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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