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민영 기자] 지난 13일 찾은 충북 진천 광혜원 CJ제일제당 공장. 흰색 방진복에 무진모를 쓴 뒤, 에어샤워를 거쳐 내부에 들어서자 매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은 CJ제일제당의 냉장햄 브랜드 'The더건강한햄' 신제품인 바이스부어스트와 이탈리안 통베이컨의 생산 현장이다.
공장 한켠에는 기자와 같은 복장을 한 직원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소시지·베이컨 제조에 쓰일 고기를 선별하느라 분주했다. 이는 The더건강한햄 소시지·베이컨 제조과정의 세 번째 단계다. 육즙 손실 최소화를 위해 '저온 완만 해동', '저온 텀블러 해동'을 거친 원료 육은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직원들은 재료 신선도를 확인하고, 이물질 혼입을 막기 위해 육안으로 돈모·연골·뼈를 꼼꼼히 살폈다.
베이컨 제조를 위해 엄선한 고기들은 양념을 주입하는 인젝션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양념이 고기에 구석구석 베이게 하는 마사지 작업이 이어졌다. 양념한 고기는 숙성을 위해 염지 시설로 옮겨졌다. 염지 시설의 실내온도는 5도로, 들어서자마자 한겨울처럼 입김이 새어 나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제품 발색과 보수력을 강화하기 위해 10시간 숙성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발걸음을 옮기자 로봇이 자동으로 충진용 리테이너를 바쁘게 옮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옆에는 두 명의 직원들이 숙성된 고기를 리테이너 안에 넣어 고기 형태를 일정하게 잡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형태가 잡힌 고기들은 건조·훈연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는 육즙 손실을 막고 최적의 식감을 내기 위해 특수 제작한 베이컨 시트를 적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트가 수분을 가두고 육질을 쫄깃하게 하는 데 도움된다"며 "최적의 열처리 조건을 찾아 지방과 수분을 유지하도록 신경쓴다"고 밝혔다.
훈연된 고기들은 미생물 관리와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각됐다. 급속 냉각기술은 The더건강한햄 이탈리안 통베이컨의 핵심 연구·개발(R&D) 기술 중 하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빠르게 냉각하면 미생물 증식을 최대한 억제하고 육질을 단단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하 25도 냉동터널을 통과한 뒤, 슬라이서로 절단 포장하면 The더건강한햄 이탈리안 통베이컨이 최종 완성됐다. 진공 포장된 상품은 엑스레이 검출기를 최종 통과하면 매대에 오를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The더건강한햄 바이스부어스트와 이탈리안 통베이컨은 출시 한 달 만인 지난달 20억∼3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며 '대박 상품' 조짐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연내 두 제품으로만 약 2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시지·햄 등 가공육은 2015년 세계건강기구(WHO)에서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한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다. 이 회사는 신제품이 가공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1∼2인 가구와 자신을 위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미코노미' 트렌드를 제품에 반영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요즘 마트보다 서울 연희동이나 경리단길의 수제육 공방에서 소시지·햄을 사서 집에서 먹는 걸 선호한다. 이들이 소시지, 햄을 반찬이 아닌 메인 메뉴로 즐겨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바이스부어스트와 이탈리안 통베이컨을 기획했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신선마케팅담당 부장은 "실내에서도 근사하게 즐길 수 있게 가공육 제품을 다양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바이스부어스트와 이탈리안통베이컨을 식탁의 주연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CJ제일제당은 The더건강한햄을 2020년 2000억원대, 2022년까지 매출 3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앞으로 원물 고기의 형태와 식감을 구현하면서 건강한 원료로 만든 제품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부터는 저칼로리 닭가슴살 원물을 사용한 화이트 미트와 대체 단백질을 활용한 육가공품을 선보인다. 내년에는 다이어트 제품군도 출시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진천 새 부지에 공장이 더 들어서면 생산 인프라가 강화돼 매출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민영기자 ironlung@dt.co.kr
지난 13일 충북 진천 광혜원 CJ제일제당 공장에서 직원들이 절단된 통베이컨에 바질 등 천연 향신료를 올려 포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지난 13일 충북 진천 광혜원 CJ제일제당 공장에서 직원들이 다진 고기를 케이싱에 충전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