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민영 기자] 유통업계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포괄임금제 폐지·개점시간 연기로 근무시간 단축에 나섰지만 현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근무시간이 줄면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찾는 데 도움돼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우선 나온다. 그러나 근무시간만 줄어들 뿐 노동강도는 여전해 '구색 맞추기 근무시간 단축'이란 지적도 있다.
10일 위메프는 지난달 임직원 1인당 평균 초과근무시간(5.46시간)이 포괄임금제 폐지 전인 지난 5월(9.82시간)보다 44.4%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주당 근무시간은 41.27시간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한도 시간보다 10시간 이상 적다. '칼퇴근 문화'가 확산 되면서 구내식당과 연계 식당의 석식 이용자 수(2104명)는 전월(4064명)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야근 직원들을 위한 '안전귀가(야근택시)' 이용자 수는 602명에서 220명으로 감소했다.
앞서 위메프는 워라밸 문화 확산을 취지로 지난달부터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위메프의 한 직원은 "포괄임금제 폐지 이전에는 야근해도 금전적 보상이 없었지만 이제 기본급에 초과근로수당이 들어와 보상받은 기분"이라며 "칼퇴근 문화가 정착하면서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개점시간 연기도 직영사원과 협력사원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는 이달부터 개점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오전 11시로 30분 미뤘다. 직원들은 개점시간이 늦춰진 만큼 출근 시간도 미뤄져 가족을 더 챙기고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하고, 영업준비를 여유롭게 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것. 한 협력사원은 "매일 아침 정신없이 어린이집 등원을 챙기기 바빴는데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반면에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노동강도는 여전히 높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베이커리 브랜드에서는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생산량이 남을 경우, 퇴근카드를 찍고 연장근무를 해야 해 근로자들이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업무량은 여전히 많은데 사측은 전산망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를 형식적으로 지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브랜드에서 일하는 한 제빵기사는 "근무시간을 단축했지만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인력 충원이 빨리 이뤄지지 않아 퇴사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베이커리 브랜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들어 생계를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오후 6시 퇴근을 권장하는 분위기와 달리 여전히 '칼퇴근'이 조심스럽다는 이들도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PC 오프제로 퇴근 시간 이후 컴퓨터를 꺼버려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지 못해 잠금을 해제하고 계속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상사 눈치가 보여 퇴근 시간에 자리를 바로 뜨기는 여전히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