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세계 강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합작사업을 시작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또다시 주목 받고 있다.
SK는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석유화학과 반도체 뿐 아니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사업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중국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와 중국 우시시 정부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의 이번 파운드리 합작사 설립은 두 가지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업 다각화, 또 하는 중국 시장 진출 거점 마련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메모리에 편중한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7년 200㎜ CIS와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고, 작년 7월에는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해 전문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를 출범했다.
하지만 아직 SK하이닉스에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3% 안팎에 머물러 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초호황기를 이어가면서 사상 최대 실적 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조만간 끝날지 모르는 초호황이 이후를 대비해 다음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다음 성장동력을 만들기에 가장 매력있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7년 255억 달러이던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시장은 2021년에는 이보다 2.7배 증가한 686억 달러에 이르는 등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 40%를 목표로, 반도체 굴기를 포함한 자국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제조2025'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의 후속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주자로는 조만간 중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 포함 여부가 나오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합작 사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SK 배터리 차이나 홀딩스의 법인명을 '블루드래곤에너지'로 변경하고 864억원을 출자하는 등 합작 투자를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다.
SK그룹의 경우 이노베이션을 비롯해 텔레콤과 네트웍스, E&S, SKC, SK케미칼 등 다수의 계열사가 이미 중국과 사업협력 또는 합작법인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중한석화의 경우 작년 기준으로 최근 4년간 총 1조6000억원을 벌어들인 효자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중한석화는 SK종합화학과 중국 시노펙이 합작해 만들었다.
이 같은 성과는 최 회장의 꾸준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결실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2006년부터 중국을 내수시장으로 삼고 '제2의 SK'를 만들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마련하고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에너지·석유화학·반도체 분야 등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 회장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보아오포럼 이사로 활동하면서 중국 내부에서 다양한 정·관계 인맥을 쌓아왔고, 최근에는 SK그룹의 중국 지주회사 격인 SK차이나의 CEO를 현지인으로 선임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도 더 힘쓰고 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