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무역 냉전'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자, 중국 법원은 바로 다음날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26종 제품에 대해 판매 금지조치를 내렸다. 6일부터 미·중 양국이 상대국에 500억 달러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예고하는 있는 시점에서 터진 양국의 조치여서 보복관세 부과가 유예될 것이란 일각의 전망은 사라지게 됐다.

올 들어 본격화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지난 5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했다. 하지만 중국이 첨단기술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빼내는 것은 물론 정부가 주도하는 것을 미국은 불공정 게임으로 보는 시각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미국은 작년에 미국 통신사들이 중국 통신네트워크 업체 화웨이의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한 데 이어, 올해 역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를 이란과 대북 제재를 어겼다는 이유로 미국 내 사업을 중단시켰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중국 통신장비를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관련한 주요 기밀과 첨단기술 정보가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의 첨단산업 제품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징벌로 수입을 금지하거나 보복관세를 추가 부과할 태세다. 이런 미국의 보복에 대해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쪽의 보복관세는 다른 쪽의 보복관세를 불러 무역전쟁은 갈수록 에스컬레이트 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마이크론에 대한 제품 판매 금지조치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산업 육성 견제를 중국도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읽힌다.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면서 EU까지 가세하게 됐다. 미국이 최대 자동차 수출국인 EU 입장에서는 고율 관세가 치명적이다. EU는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중국과 EU 북미 캐나다 멕시코까지 가세하며 이제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비화 중이다. 지금까지 각국이 제기한 보복관세 규모만도 1조 달러에 이른다. 무역전쟁은 무역량 감소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투자와 소비 위축을 가져와 글로벌 GDP를 1~2년 내에 1.4% 증발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출의 GDP 성장률 기여도가 75~80%에 이르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결렬해질수록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는 비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수출이 감소했다. 중국의 미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금지 조치는 '반도체 굴기'의 연장선에서 나온 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반도체는 연간 수출량이 1000억 달러가 넘는 품목으로 수출한국의 보루다. 반도체까지 무너지면 한국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세계 무역전쟁의 불똥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다각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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