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전쟁을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반도체 산업, 나아가 우리 수출 전선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금지에 따른 반사이익보다는 전체적인 수요 위축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몸을 일으킴) 가속화 등으로 우리에게는 득보단 실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푸저우시 법원은 대만 반도체 업체인 UMC이 미국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중국 내 판매 금지 예비명령을 내렸다. 이는 마이크론과 UMC가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영업기밀 탈취' 소송과 관련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퇴출에 따른 반사이익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고, 그보다는 전체적인 시장 위축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가속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소송에 따른 판매금지 조치이지만 사실상 미·중 무역전쟁의 연장 선상이고, 특히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최근 2~3년간 수입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명단에서 배제하는 등 간접적인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을 폈고, 그 결과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는 최근 1년 사이에 세계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하게 보면 현재 소송 당사자인 UMC 등 중국과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어서 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는 더 큰 태풍이 올 조짐"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기술 격차가 커 가전제품과 배터리 등처럼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인텔 등과의 협력과 인재 영업을 앞세워 32단 3D 낸드플래시 상용 제품을 조만간 양산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어 예상보다 빠른 추격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중국이 아직 양산제품을 내놓지 않아 정확한 기술 차이를 알 수는 없지만 현재 삼성전자 등은 그보다 한 단계 위인 64단 3D 낸드플래시 상용제품을 양산 중이고, 그다음 단계 제품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IT 제품의 미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관세 부과를 결정한 중국산 제품 1102개 제재 품목에는 TV와 휴대전화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이를 포함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약 60%를 소화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국내 반도체 수출 비중도 중국이 39.5%, 홍콩이 27.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과도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등의 확전 양상을 봤을 때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도 쉽게 이를 봉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차례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한 만큼, 미국이 중국, EU 등과의 세계 무역패권 다툼을 당분간 계속 확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단장은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에서 미국이 최종 귀착지인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생산공정이 복잡한 산업의 경우 최종 소비자 확인이 어려워 직간접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미중 통상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긴 호흡으로 경쟁력 제고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 <SK하이닉스 제공. 참고사진>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 <SK하이닉스 제공. 참고사진>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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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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