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회는 희망이 없다. 모 통신사업자가 위성방송시장과 IPTV시장에서 갖는 점유율의 합이 33퍼센트를 넘으면 안된다는, 이른바 '합산규제'가 최근에 폐지됐다. 3년전에 이 규제를 도입하면서, 3년후에 폐지되기로 이른바 일몰제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일몰제에 따라서 폐지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연장을 논의했었어야 했나? 당연히 후자다. 합산규제를 연장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었다. 정부도 관련해 연구반을 구성해서 검토한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연장 여부를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이러한 사실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는 어땠나? 정부는 어땠나?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참담한 심정'으로 필자는 이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방송산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들려오는 말이 있다. 탈법이면 흥하고, 준법이면 망한다. 예컨대, 과거에 이른바 유사홈쇼핑 채널이 있었다. 허가받지 않은 홈쇼핑방송이었다. 사업주는 중국에 의류공장을 차릴 정도로 이 사업으로 성공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명한 사례는 이종범 야구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그가 출전하는 경기를 저작권 상관없이 유료방송플랫폼에서 중계하는 채널이었다. 이것도 '성공'한 사업으로 회자되는 사례다.
어쩌면 '탈법 흥, 준법 망', 이 말은 세상 모든 산업에서도 통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방송에서는 다른 의미가 있다. 방송법은 바꾸기가 어려운 법이기 때문에 그렇다.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방송이라는 표현의 자유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아닌 국회가 만드는 법률에 따라서만 보호되어야 한다는 법리다. 방송의 제도적 자유라는 우리 헌법학의 기본적 원리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법리가 아무리 좋더라도, 국회에서 방송은 정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점이다. 의원들의 몸싸움은 기본이었다.
그 결과, 그러한 법리와 정치 실상이 결합해서 방송법은 현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탈법은 흥하고, 준법은 시장에서 뒤처진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합산 규제 조항은 그런 속성을 이용한 측면이 있었다. 법으로 규정되면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합산규제 찬성론자가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파악한 합산규제 반대론자는 일몰제롤 주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에, 일몰제는 합산규제의 논리적 타당성을 나중에 다시 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논리적 타당성은 국회에서의 정쟁에 휘말려 다시 살펴보지 못했다. 한 발 물러서서, 국회는 민의의 수렴의 장이기에 그런 정쟁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여 보자. 그러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4차산업혁명이 화두인 요즈음에, 정부 행정은 이른바 증거기반주의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회통념적인 여론에 기반하지 않고 데이터에 근거하라는 주장이다.
우리 정부는 연구반을 운용했는데 지난 6월27일 합산규제가 일몰되기 전까지 연구반 검토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다. 방송법이므로 국회 소관사항이라고 판단해서 안한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설령 국회 소관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정부는 과학적 증거는 제시할 수 있다. 아니면, 혹시 정부는 증거기반주의가 아니라 여론기반주의에서 아직 못벗어난 것일까? 그렇다면 합산규제 문제는 차라리 공정거래법의 체계내에서 과학적 증거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