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시뮬레이션 결과 110%까지 감소
모범규준 기준 충족 위해선 매각 불가피

이달부터 시행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더욱 압박을 가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의 시뮬레이션 결과, 통합감독을 시행하게 되면 삼성의 자본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328.9%에서 110%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자본비율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핵심은 '집중위험'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약 29조원 수준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할 경우 고객의 돈을 다루는 삼성생명·삼성화재의 부실 위험도 커진다.

삼성계열 금융사들은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거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즉 결국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리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구조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5.37%다. 이건희 회장이 3.88%,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0.84%, 이재용 부회장이 0.6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으로 확대하면 지분율은 20% 이상으로 증가한다. 삼성생명이 8.27%, 삼성물산이 4.65%, 삼성화재가 1.45% 등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23%)고,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20.76%)다.

다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이달부터 적용된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다면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분율을 유지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해소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따른 필요 조치를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정교한 자본적정성 기준이 확정되면 추가적인 대응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그룹 통합감독으로 자본비율이 급락한 또 다른 금융그룹은 미래에셋그룹이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말 자본비율 307.3%에서 새 통합감독 기준 적용 후 자본비율이 150.7%로 절반이 났다. 미래에셋 측은 금융그룹이어서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와 비교해 총자산이 많아 조정항목 중 전이위험 값이 커져 자본 적정성이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현재 산출된 비율은 7개 그룹에게 동일한 평가등급임을 가정해 자본적정성 비율에 총자산의 1.5%를 단순 가산한 것"이라며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총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전이위험액이 크게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정해질 금융그룹 통합감독 세부기준에 따라 대응방안 및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감독당국과 협의를 통해 모범규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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