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 폭탄'을 준비중인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쏘울 후속모델 등 내년 국내에서 출시할 일부 물량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못이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지 공장 투자를 확대한데 이어 현대·기아차도 국내 생산 물량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영세 부품업체의 경영난과 일자리 감소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 등 후폭풍이 우려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내년 출시할 3세대 쏘울(프로젝트명 SK)의 생산량 18만대 가운데 30% 가량인 5만여대를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쏘울을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지아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던 현대자동차 싼타페 공백을 채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물량 전량을 현지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기아차 쏘울은 국내 광주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공장에서 생산한 쏘울 10대 중 7대가 미국으로 건너간다. 만약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사실상 수출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 쏘울이 인기를 끌고 있어 10만대 이상이 매년 수출되고 있지만, 고율 관세가 붙는다면 사실상 수출은 어렵다"며 "전량을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미국 현지 공장 생산을 늘리더라도 최대 25%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비용이 연간 약 10% 증가하게 돼 수익성이 악화되고, 차량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기아차가 관세폭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생산을 확대할 경우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차량 생산 이전 문제 등은 노사가 당연히 합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아차 단체협약 제5장 고용보장 제47조에 따르면 '회사는 차종 단산 및 신프로젝트 개발 전개, 시간당 생산대수(UPH) 조정 시 조합에 통보하고 노사의견 일치하여 시행한다'고 돼 있다.

노조는 현대·기아차가 해외 생산 비중을 지속 늘리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일감 확보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현대차 해외 생산 비중은 지난 2007년 34.8%에서 10년 후인 작년 63.2%로 늘었다. 기아차 역시 2015년 43.5%에 불과했던 해외 생산 비중이 작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서 55%를 넘어섰다. 내년 하반기 인도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해외생산 비중은 58%까지 올라간다.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전쟁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양혁기자 mj@dt.co.kr

기아자동차 조지아공장 내 근로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자동차 조지아공장 내 근로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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