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혁신 로드맵' 가속 ARM "공정기술IP 삼성에 제공" 기술 표준 주도권 '윈윈'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파운드리(수탁생산)와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인 ARM이 미래 반도체 중 하나로 꼽히는 M램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 메모리 반도체를 이을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혁신 로드맵'의 하나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ARM은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8 FD-SOI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업계 최초의 eM램(내장형 M램) 컴파일러 IP를 발표했다. ARM은 삼성전자에 올 4분기부터 이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고, 삼성전자는 내달 국내에서 열리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컴파일러란 텍스트로 입력한 프로그램의 소스 파일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기계어 코드로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로, 메모리 반도체 구동을 위한 요구 사항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ARM은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설계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설계를 단순화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어 eM램의 생산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램은 자성 물질을 자기저항 효과를 이용해 속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전력이 끊어져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는 미래 반도체 중 하나다. 쉽게 표현하면 속도는 빠르지만, 휘발성인 D램과 비휘발성이지만 속도가 느린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합친 미래 반도체 기술이다.
FD-SOI(완전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얇은 절연 산화막을 만들고 그 위에 평면형 트랜지스터 전극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누설 전류량이 낮고 전력 효율성이 높은 게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18나노 기반의 FD-SOI eM램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적이 있다.
이는 D램, 낸드플래시 등에 이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표준 주도권 경쟁을 위해 삼성전자와 ARM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고로 인텔의 경우 크리스털 등 비정질 물질을 이용해 전하를 가둬서 데이터를 기억하는 P램 방식을 차세대 기술로 밀고 있다.
ARM은 이 밖에도 11나노 LPP(저전력 2세대)를 비롯해 오는 3분기 7나노 LPP, 내년 초 5나노 LPE(저전력 1세대) 등에 대한 공정기술 IP도 삼성전자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파운드리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사업 강화는 이재용 부회장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스템LSI 사업부문 내에 있던 파운드리팀을 별도의 사업부로 분리해 올해 매출을 작년보다 배로 늘리기로 하는 등 다음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세계 1위로 키웠다면, 이 부회장은 퀄컴 등과의 다양한 협력체제를 앞세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전방위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최근 퀄컴, AMD, 엔비디아 출신 그래픽 전문가를 영입해 자체 모바일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PU는 최근 가상화폐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로봇 등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반도체가 IT(정보기술)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뿌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자체 보유한 반도체 미세공정 등 경쟁력과 글로벌 기업들의 설계·소프트웨어 역량 등을 합해 자동차 전장사업 등 미래 신산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최근 중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해 주요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자동차 전장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세계 곳곳을 오가며 신사업 육성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큼 조만간 큰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