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연구위원
이효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연구위원
이효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연구위원

최근 정부 연구개발정책의 키워드 중 하나는 도전인 듯하다. 혁신성장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R&D의 기여 확대로 지향점 변화가 부각되고 있지만, 도전하는 연구 없이는 그 어떤 미션이든 성과를 기대할 수 없고, 도전성 저하가 우려할 만한 수준임을 감지한 까닭이리라. 연구현장의 도전성 저하 우려는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와 언론 등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단기성과 추구, 과도한 경쟁 환경, 평가관리제도의 한계, 연구현장 자체 요인 등이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사실 연구도전성 제고를 위한 정책노력은 2012년 국가 R&D사업 도전성 강화방안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해, 2013년 연구개발 재도전 기회제공을 위한 가이드라인, 2016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성실도전체계 매뉴얼 등으로 구체화됐고, 최근에는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과 중장기 ICT R&D 혁신방안 등 주요 정책들에서 핵심 주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연구도전성 부족이라는 진단이 어떤 증거에 기반하고 있는지 궁금해졌고, 여러 정보를 탐색해보았지만 필자는 확인할 수 없었다. 많은 정책들과 전문가들의 기고, 서적을 통해 연구도전성 부족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막상 연구현장의 연구도전성을 체계적으로 측정한 시도도, 결과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직접 측정을 시도했다. 단기간에 조사설계를 하고 현장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할 여건이 못 되어 타조사에서 확보된 유사 데이터 활용방안을 모색한 끝에, 한국기업가정신재단에서 발표하는 기업가정신실태조사가 의미 있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전성 구성요소를 설정하고 실태조사 문항을 매칭한 후, 연구개발자들이 집중 포함된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그룹의 응답을 각 요소별로 분석 및 지수화했다.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결과들이 발견됐다. 동 그룹은 비교 대상 어느 집단보다 높은 도전지향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구성요소 중 위험수용, 혁신추구, 선도성에서 뚜렷한 1위 성향을 나타냈다. 그런데 그 반대성향 즉 위험회피, 안정추구, 추격형 성향 또한 가장 높은 이중성이 드러났다. 설문이 한 특성의 양 측면을 모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문항-역문항 형태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감지될 수 있는 모습이다. 이는 어떤 환경이 주어지느냐에 따라 가장 도전적인 속성이 발현될 수도, 그 반대의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정책은 광범위한 파급력을 가진다. 특정 영역에 유효한 정책이 타 분야에는 해악이 될 수도 있고, 단기적으로 유효한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짐이 되기도 한다. 특히 그 부작용이 최근 강조되는 연구현장의 도전성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면 정책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R&D 관련 정책의 경우, 연구현장의 연구도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정책기획의 기본 요소로 포함시키기를 제안하는 바이다. 대규모 건설공사에서 환경영향평가 또는 교통영향평가가 당연시 되듯 특정 R&D정책이 연구자의 도전성을 억압하는 예상치 못한 요소가 없는지 체계적으로 고민하는 '연구도전성 영향평가' 과정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자발적 도전성 회복 없이는 세계에서 통하는 기술, 우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개발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세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분석은 과학기술자뿐 아니라 문화예술 등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직업인도 일부 포함돼 있는 그룹을 대상으로 했고, 연구의 각 단계를 입체적으로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기술수요 제안부터 연구수행 및 기술이전 등 각 단계의 도전성을 연구현장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별도의 연구도전성 조사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가 시계열적으로 축적되면 보다 정확한 상황 이해와 이에 기반한 정책피드백이 가능해 질 것이다.

기업가정신실태조사는 개인부문 조사에서 직업구분이 세분화되고, 기업부문 조사에서 출연연구소가 포함된다면 더 활용도 높은 국가통계가 될 것이라 사료된다. 우리가 이렇게 연구도전성에 집착하는 것은, 도전 없는 연구는 결과를 아는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고 미래는 도전하는 국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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