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쇼크 이은 시장 충격파 우려 보유세 강화·최저임금 인상 등 파장 큰 규제도 조절 나설 듯 내달 저소득층 맞춤 일자리 대책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이낙연 총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더불어진당 원내대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주52시간근로'연말까지 처벌 유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 2년 차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성장동력 확대를 위해 규제개혁 등에 가속도를 붙여 성과 체감도를 높이기로 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보유세 강화 등 규제 추진의 속도를 늦춰 시장에 주는 충격과 혼란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는 가계소득, 청년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청은 고용·소득분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지표가 악화한 것에 엄중한 우려와 책임감을 표명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당정청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균형성장 등 3대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다.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것은 문재인 표 경제정책이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생각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해야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다"면서 "이 정책들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목표를 정확히 제시하고,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는지 잘 점검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당정청은 체감도를 높일 우선순위 정책으로 민생과 규제개혁을 꼽았다. 민생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소득 부문)'를 살펴보면 소득 하위 40%(1+2분위) 소득은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득 격차는 더 커졌다. 소득기준 상위 20%(5분위) 소득을 하위 20%(1분위)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5.95배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 지표도 좋지 않다. 올해 1~5월 월평균 취업자 증가 수는 14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만6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당정청은 우선 소득 하위 20%에 초점을 맞춰 소득 분배 개선 대책을 제시할 생각이다. 당장 다음 달 초 저소득층 맞춤형 일자리 대책과 소득지원 방안을 내놓기로 한 것은 추락하고 있는 경제지표를 더 방치하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저소득층, 노인,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 당사자가 체감할 만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야당을 설득해 규제혁신 5개 패키지 법안과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가맹사업법 개정안 등 사회안전망 관련 민생법안을 책임지고 처리하기로 했다.
반면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보유세 강화 등은 조급하게 서둘러 시장에 충격을 주기보다 우회로를 택했다. 당정청은 이날 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과 관련해 행정 처벌을 6개월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데 당정청이 모두 공감했다. 당정청은 유예기간 동안 행정상 계도 외에 형법상 처벌도 유예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한 개정안 취지와 영향을 정확히 홍보 △임금인상 효과가 줄 수 있는 저소득 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 마련 △노동계 설득해 2019년도 최저임금 기한 내 의결 등을 목표로 정했다. 보유세 개편방안은 우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권고안을 내놓으면 정부안을 검토해 제시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보유세 강화 등은 도식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 과표 현실화 등 여러 차원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면서 "너무 서두를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