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도입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로 넘어갔다. 문재인 정부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의 제2라운드가 시작됐다. 정부는 작년 선택약정제와 취약계층 요금감면을 확대하며 통신사들의 요금책정에 집요하게 개입해오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그 화룡정점이다.

보편요금제란 월 2만 원대에 데이터 1GB 이상과 음성 및 문자를 제공하는 통신 요금제다. 저렴한 요금제를 법으로 아예 못 박아 통신사들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대 4조 6000억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그 중 약 절반인 2조 2000억 원의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비 인하 압박은 역대 정부의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정도가 심하다. 친서민을 기치로 재벌과 대기업을 옥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정부를 떠밀고 같은 편에 서서 부채질 한다. 보편요금제도 그 연장선에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의 배경에는 통신시장이 독과점 시장이고 통신사들이 독점적 이익을 챙긴다는 생각이 작용하고 있다. 통신사들의 과대 이익 중 일부를 통신비 인하로 가계로 흘러들게 하면 가계가 부담도 덜고 구매력도 그만큼 커지지 않겠냐는 계산을 한다.

그러나 통신 서비스는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투자비와 운영비가 들어가는 시장으로 독과점일 수밖에 없다. 대다수 국가에서 통신서비스 시장은 독과점이다. 미국은 양대 이통사가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고 1위 통신사의 점유율도 50% 정도다. 한국 통신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내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한국 이통 3사의 이익률은 3~7% 수준이다. 미국은 18%, 일본은 16%대에 이른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하는데, 부풀려진 면이 있다. 가구당 평균 통신비는 20만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단말기 할부금, 소액결제, 콘텐츠 구입비 등을 감안하면 실제 통신비는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통신비는 가계 주요 지출 항목 가운데 하단에 위치한다.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는 2~5% 수준이다.

정부는 국민 절대 다수가 통신비 인하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누가 가격을 내린다는 데 반대를 하겠나. 물론 통신비 인하는 가계를 위해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제 문제를 정치가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과도한 통신비 개입은 통신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장 왜곡을 가져온다. 통신사들의 자율 경영이 침해받으면 투자 확대와 서비스 혁신 의욕은 그만큼 저하된다.

통신비 인하라는 효용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통신요금 인하는 개입 보다는 시장에서 경쟁과 혁신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통신사들은 5G 서비스를 앞당기기 위해 수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통신비 인하라는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통신사들의 투자와 R&D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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