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정치국제부장
이근형 정치국제부장
이근형 정치국제부장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댐을 세워 강물의 흐름을 잠시 멈출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 넘친다. 흐름을 막으면 홍수가 난다. 애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시장은 소비자가 선택해야 한다. 막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부작용은 본체만체다. 결국은 강물이 바다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통신과 콘텐츠 시장에서는 정도가 심하다. 정부에서 벌인 일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복이 국민을 옥죈다. 20세기 유신 시절 관치경제의 망령이 21세기에도 살아 꿈틀거린다.

대한민국 이동통신 시장이 아파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때문이다. 민간 기업에 정부에서 정한 상품을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통신비가 비싸다는 이유다. 요금 2만 원에 2시간 통화, 1GB 데이터 상품을 제공하게 법으로 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조 단위의 손실이 예상되니 안 된다고 해도 귀를 막고 있다. 그동안 많이 벌었으니 뱉어내라고 한다. 국민들이야 이용요금을 내린다니 반대할 리 없다. 기업은 피멍이 들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주주들의 손실은 기업이 책임을 지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것으로 채우면 된다는 논리다. 선택약정할인과 취약계층요금할인 등 이미 지난해부터 수조 원대의 매출 감소를 감내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자신들의 표를 다지기 위해 기업시민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 기업시민은 언제나처럼 정부의 규제 칼날 앞에 목을 내밀고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 통신비는 비싼가. 이른바 선진국에 비해 GNP 대비 통신비 비중은 높다고 한다. 그럼 우리보다 비교 대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높은가. 통신 서비스의 질은 제대로 비교했나. 따질 것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정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시장이익보다는 집단이익이 우선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한 합산규제가 대표적이다. 특정 사업자집단의 시장점유율을 33.3%로 막아놨다. 이 점유율을 넘으면 상품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 소비자의 선택권에 대한 도전이다. 세계 미디어 시장의 대형화 추세에도 맞지 않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법은 오는 27일 일몰한다. 이를 연장해야 한다고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안주한 책임은 져야 한다. 이 법은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넷플릭스 반대운동도 마찬가지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막아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출발한 세계적인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다. 이 서비스로 세계 미디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에도 들어와 있다. 하지만 IPTV에서는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이유다. 반대한다고 막히는 서비스가 아니다. 인터넷 세상은 열려 있다. 누구든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 국민이 편하게 보는 길을 차단하겠다는 거다. 반대의 이유는 이해는 간다. 용납하기는 어렵다. 무서운가. 그러면 스스로 체질 개선부터 먼저 해라.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 들어는 걸 막아섰던 이들이 내세웠던 명분도 비슷하다. 국내 휴대전화 생태계의 붕괴다. 2008년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이후 한국 휴대전화 산업이 망했나. 오히려 삼성전자는 세계 1위를 달릴 정도로 경쟁력이 강해졌다. 경쟁을 촉진했고 경쟁력은 높아졌다. 이제 한국 휴대전화 산업의 적은 아이폰이 아니고 중국이다.

강물의 흐름을 막아선 많은 사례의 결과는 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LED 조명 산업의 경쟁력 상실이다. 2011년 LED 조명을 대기업이 할 수 없도록 중기적합업종으로 묶었다. 대기업은 세계 시장으로 나가라고 떠밀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안방에서 쫓겨난 대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맥을 못 췄다. 중소기업은 중국의 하청 업체나 다름 없게 됐다. 이들이 빠진 내수 시장은 외국계 기업이 차지했다. 중기적합업종은 긍정적인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너무 크다.

이런 불합리한 일에는 모두 정부가 끼어 있다. 한 표를 얻기 위해 정부는 시장 논리를 깨고 있다. 이런 고리를 아는 이들은 집단 표를 앞세워 이득만 챙긴다. 사회와 경제의 변화, 발전은 중요하지 않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간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지금은 안된다고 막아선다. 그 사이 홍수가 나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도 나만 아니면 된다. 정부는 그만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진흥과 감시, 이상 징후의 차단이다. 정부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소비자에게 맡기면 시장은 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물의 원리를 보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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