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신규 284개 등 1102개 제재 자국피해 줄이려 소비재 미포함 한국 제품 중간재 수출 직격탄 현경연 "대중국 수출 31조 감소"
미-중 무역전쟁 재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결국 현실화하면서 우리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품목에 25% 관세 폭탄을 집중 투하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간 경쟁 관계에 있는 TV, 휴대전화 등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 우리나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 셈이다.
한국무역협회는 17일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통상분쟁'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 결정은 항공·정보통신·로봇 등 중국의 첨단 기술품목을 포함해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되, TV·휴대전화 등 일반 소비재는 제외함으로써 자국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발표한 1102개 제재 품목은 2개 품목군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818개)는 지난 4월 2일 발표한 1333개 품목의 일부이고, 두 번째(284개)는 중국 첨단기술을 견제하는 신규 제재 품목이다.
무역협회가 회원사들을 상대로 지난 4월 설문한 결과, 기존에 미국에 발표한 1333개 품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656개사)의 6.4%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신규 284개 제재 품목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분야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전기·전자·기계·철강 등이 들어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품목은 공청회를 포함해 공시와 의견수렴 절차를 남겨두고 있어 최종 품목 결정과 관세 부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무역협회는 과거 1980~1990년대 미국이 통상법 301조와 반덤핑 관세로 일본을 견제했던 것과 유사한 양상인 만큼, 중국이 미국 압박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중간재 수출 비율이 높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즉각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1421억달러(156조3100억원·원·달러 1100원 기준)를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78.9%에 이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 산업 연관표를 이용해 산업 연관분석을 추산한 결과, 미국이 중국 수입품의 10%에 달하는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해 대중국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82억6000만 달러(약 31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완제품 수출이 줄면 그만큼 우리의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완제품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산 TV와 휴대전화 등마저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었지만, 미국은 두 제품을 관세 품목에서 제외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5%로 1위 자리는 지켰지만, 3∼5위인 화웨이(10.5%)와 샤오미(7.4%), 오포(7.3%) 등 중국 업체들이 맹추격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수출품 가운데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간재 수출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소비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마저 타격을 받으면 전반적인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