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나 '규제개혁 튜브' 방식을 제안했다. 규제개혁을 막는 근본 원인을 찾아 제거하고 과제 성격에 따라 전문가 기구와 공론화 기구로 나눠 선정부터 입법·시행까지 매끄럽게 진행하는 절차를 도입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 회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 부총리를 만나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규제개혁 프로세스 개선방안' 보고서를 전달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의 회장이 된 지 4년이 좀 넘었고 과제를 제출한 것만 23번이고 각종 발표회나 포럼에서 직접 발표해 건의한 것도 15번, 합쳐서 38번에 이른다"며 "일부는 해결된 게 있지만,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있어 기업들은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과제의 발굴보다는 해결 방안에 좀 더 집중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막혀있는 규제를 집어넣으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까지 자동으로 이어지는 튜브 장치 같은 해결방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대한 상의는 이날 제출한 보고서에 규제 주체는 물론 규제 수혜층과 결정권자 등도 개혁의 '로드 블록'(장애물)이 되고 있다면서 이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실질적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로드블록으로는 우선 공무원·정부의 경우 규제 의존증과 책임 시비, 부처 할거주의, 복합규제 등을 꼽았다. 이어 기득권층과 소비자는 생존권 위협 의식과 불안심리, 국회와 정부, 국민 등 결정권자들은 이익단체의 로비 영향과 지역 이기주의, 포퓰리즘, 반기업정서, 규제개혁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이 규제개혁 저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런 저해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른바 '규제개혁 튜브' 도입을 제안했다. 규제개혁의 단계마다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사회적 갈등으로 절차가 중단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과제 선정 단계부터 분석, 공론화, 입법·시행까지 매끄러운 '튜브'와 같은 절차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특히 공론화 단계에서는 규제개혁 과제의 성격에 따라 전문가 기구와 공론화 기구로 이원화해서 해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문가 기구의 모델로 2002년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 도입됐던 '하르츠 노동개혁위원회 방식'을 추천했다. 노사정이 추천한 인사 15명으로 구성해 토론을 거쳐 표결로 보고서를 채택하고 총리가 직접 집행하는 방식이다.
이에 김 부총리는 "마침 저희가 속도감 있게 규제개혁을 추진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과정, 절차와 아주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어서 반갑다"며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답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규제개혁 프로세스 개선방안'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규제 개혁의 '로드 블록'(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규제개혁 튜브'를 구축하고 전문가 기구와 공론화 기구로 이원화 해 규제개혁 해법을 논의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