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김정은, 세계 무대 데뷔 미 대통령과 어깨 나란히 '이슈' 냉전시대 종식과 맞먹는 평가 CVID·CVIG 빅딜없어 논란 예고 빠르면 '7월 종전선언'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6·12 싱가포르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오른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6ㆍ12 미북 정상회담
6·12 미북정상회담은 70년간 적대국이었던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손을 맞잡았다는 의미만으로 21세기 최대 이벤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이 아닌 세계무대에 데뷔했다는 점,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도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무엇보다 미북 정상이 '6·12 싱가포르 공동합의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냉전시대의 종식을 부른 '몰타 선언'과 비견되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는 평가다. 최대 관심사였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안전 보장)간 빅딜이 이뤄지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과 외교가에서는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CVID와 CVIG 간 맞교환이 불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회담 하루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미북 실무 협상팀이 만난 것만 봐도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회담을 시사한 것 자체가 향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현실론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이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휴전 상황에 있는,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냉전 지역에서 비핵화와 평화 체제 논의에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이는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종전선언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빠르면 정전 협정이 이뤄진 7월에라도 종전선언이 가능하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미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질서의 격변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회담의 가장 큰 의의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는 첫발을 뗀 것"이라고 평가했다.
판문점 선언이 미북 공동 합의문에 거론된 점도 의미를 둘 수 있다. 향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판문점 선언이 '바이블'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대론이 앞으로도 유효함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북미 간 호혜적이고 새로운 관계 구축도 커다란 성과다. 적대국이었던 두 국가의 정상이 상대국을 교환 방문하는 등 연쇄정상회담을 약속한 것은 상호 신뢰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미북 간 오랜 반목은 불신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보인 신뢰감을 감안했을 때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양국 관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비핵화 과정에서 양보하거나 타협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할 경우에도 두 정상이 나서 해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6·12 싱가포르 공동합의문 전문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도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들을 주제로 포괄적이고 심층적이며 진지한 방식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래와 같은 합의사항을 선언한다.
1.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3.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 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이 거대한 중요성을 지닌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미북 간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미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관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은 미북관계의 발전,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 안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