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보다 시장연동금리를 적용받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도 변동금리 대출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한계 차주들을 중심으로 이자폭탄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내놓은 '4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1.82%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대출금리도 연 3.65%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는 1.83%포인트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확대했다. 4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전체 대출금리 하락은 기업대출 금리가 떨어진 것이 주도했다. 사실상 가계 부담은 변함이 없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3.64%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은 3.47%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올랐고, 소액대출도 4.74%로 0.03% 증가했다. 특히 최근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로 풍선효과를 맞고 있는 일반 신용대출도 4.49%로 전월대비 0.01%포인트 증가했다. 잔액기준으로 봤을 때도 가계대출 금리는 3.49%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이처럼 가계대출 금리가 매번 최고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동금리 가계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국가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한국은행도 올 하반기 금리인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폭증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한은 자료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고정금리 적용을 받는 가계는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4월 중 고정금리 적용을 받는 가계대출자 비중은 23.2%로 지난해 같은 기간(43.1%)보다 절반 가량 감소했다. 반면 시장금리연동을 적용받는 변동금리 대출자는 지난해 12월 21.7%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달에는 29.0%까지 치솟았다.
잔액기준으로 봤을 때도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해 6월 34.7%에서 계속 줄어 지난 4월 31.7%까지 떨어졌다. 반면 시장금리연동 비중은 지난해 3월 22.2%에서 지난 4월 25.6%까지 올랐다.
한은은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다"며 "오래 쓸 자금이 아니라면 가계들이 낮은 금리인 변동금리를 택하려는 성향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상승기에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증가하는 현재의 구조는 가계 대출자들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고정금리를 높이는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 대출자 입장에서는 당장에는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가 더 유리해 보이지만, 금리인상기로 접어들면서 원리금 상환에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금리 상승기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채 압박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로 전환을 많이 시켰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일단락된 분위기고 오히려 금융이 과보호 되면서 시중은행들은 고정금리보다 낮은 변동금리를 권하는 일종의 갑질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양 교수는 "소비자들은 당장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하지만 향후 금리가 오르게 되면 고스란히 피해는 금융 소비자들이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