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여 "호헌세력"vs 야"호통세력"
날선 공방…합의개헌안 안갯속

국회가 24일 본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불참해 의석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24일 본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불참해 의석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이 결국 국회에 발목 잡혀 사실상 폐기됐다. 개헌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1년을 넘게 질질 끌어온 여야가 합의 개헌안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문 대통령의 개헌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대다수 야당이 개헌안 표결에 반발하며 불참해 반쪽 회의로 전락했다. 더불어민주당(112명)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 무소속 손금주 의원 등 114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이 진행됐지만 의결정족수(192명) 미달로 '투표 불성립'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헌법 130조를 보면 국회가 개헌안을 공고 60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추후 재표결도 불가능하다. 1987년 개헌 이후 30년 7개월만에 나온 개헌안이 물거품이 됐지만 여야는 책임회피에만 몰두했다. 민주당은 개헌 무산에 대한 책임을 야당의 발목잡기 탓으로 돌렸고, 야당은 국회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 탓이라고 비판에 열을 올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직후 당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가 헌법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대통령 개헌 발의안에 대한 의결 의무를 저버린 야당들은 낡은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도 없이 당리당략에 따르는 호헌세력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개헌안 표결처리는 민주당이 야4당과의 협치를 포기한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했으며,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여당은 대통령만 지키는 '호통' 세력"이라고 반박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겨 '개헌세력 대 반개헌세력' 구도를 만들어 보려는 얄팍한 수"라고 반격했다.

최종적으로 대통령 개헌안이 무산되면서 국회가 개헌의 완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국회가 연내 합의 개헌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매우 낮다.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활동기한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여야는 여전히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책임총리제(이원집정부제) 등 정부형태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이 무산된 터라 여당인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 분권형 대통령 개헌을 추진해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민주당이 대통령 개헌안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삼으면 야당과의 협상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은 다급한 처지가 됐다. 개헌 무산의 1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언한 대로 6개월 내 합의안도 내놔야 한다.

김미경·문혜원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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