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기존 제품 적응증 연구 신약개발 비용 대비 35% 수준 새 효능 찾아내 시장 창출 기대
제약업계가 기존 약의 새로운 효능을 찾아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미 개발된 약이나 개발 중인 약 등의 새로운 적응증을 연구해 출시하는 '신약재창출'에 나서는 것이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국산신약 18호인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파킨슨병에 대한 라도티닙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2년 전부터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세포 및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을 진행했다. 일양약품이 슈펙트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하는데 성공하면 오는 2022년 약 5조6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일양약품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해서도 라도티닙의 효능을 확인한 상태다. 일양약품은 메르스 환자에게 투여된 항바이러스제 '리바비린'보다 라도티닙의 효능이 우월하다는 시험관 실험 결과를 확보한 바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성분명 테르토모타이드)'를 전립선암 치료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으로 개발하고 있다. 개발 코드명은 'GV1001'이다. GV1001은 하나의 성분이지만 전립선비대증에서는 방광의 소변량이 줄어드는 등 증상 완화 효과가 확인됐고,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인지·행동기능의 개선이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국제 학회에서도 발표되며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바이로메드는 지난달 천연물 성분의 골관절염 신약 '레일라정(성분명 당귀·모과 등)'에서 다발성 경화증 치료 효과를 확인해 이를 국제학술지 '화이토메디신'에 공개했다. 바이로메드와 한국피엠지제약이 공동개발해 지난 2013년 국내 출시한 레일라정은 연간 약 220억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제품이다. 바이로메드 연구팀은 레일라정을 다양한 질환에 적용해 치료 효과를 조사했고, 다발성 경화증 동물 모델에서 자가면역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T세포의 수를 줄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이로메드는 개발을 지속해 향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해외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다발성 경화증 시장은 2025년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메지온은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를 폰탄수술을 받은 단심실증 환자의 합병증에 대한 희귀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폰탄수술 치료제 시장 규모는 43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메지온은 현재 국내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향후 유데나필을 폐동맥고혈압, 과민성방광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등으로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신약재창출 전략은 현재 시판 중이거나 과거 신약 개발에 실패한 신약후보물질을 대상으로 해 재창출할 수 있는 물질을 보다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 비용의 25~35%를 차지하는 신약 탐색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출시 기간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재창출은 위험 부담은 줄이고 신제품 출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며 "특허 만료되는 성분의 독점기간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