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LG이끌 구광모 상무에 부담
내달 주총서 그룹 경영권 손 뗄듯
LGD보다 LG이노텍 인수에 무게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례식이 끝나면서 재계 관심은 이제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사진)이 어떤 방식으로 LG그룹에서 독립해 나갈지에 쏠리고 있다.

아직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구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LG 지분을 매각해 그 자금으로 전자 계열사를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LG그룹에서 분리·독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룹 측에서 구 부회장 거취와 관련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결정이 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고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LG 등기이사로 선임된 직후 그룹 경영권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구 부회장의 존재가 새롭게 LG그룹을 이끌어야 할 구광모 상무에 부담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1995년 고 구본무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을 당시 아버지인 구자경 회장의 형제들이 모두 LG그룹과 계열사 경영에서 물러났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구자일 일양화학 회장,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 역시 다른 형제들처럼 분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구 부회장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전자 계열사 지분을 인수해 계열 분리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실제 구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LG 지분 7.72%를 매각하면 지난 18일 종가 기준 1조627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여기에 아들 구형모 LG전자 과장과 딸 구연제 씨의 LG 지분 0.86% 지분까지 더하면 1조2700억원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작년 11월 보유하던 LG상사 지분을 지주사 LG에 매각하면서 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구 부회장에 넘어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LG전자가 약 3조원에 해당하는 37.90%의 LG디스플레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인수하려면 1조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구본준 부회장에겐 부담이다.

대신 LG이노텍은 LG전자가 1조2400억원에 해당하는 40.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구 부회장이 인수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LG이노텍이 자동차 전장부품 등 신성장사업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다. LG상사 역시 유력 후보로 꼽히지만 구 부회장이 지난해 상사 지분을 모두 매각한 만큼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인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정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