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올 예산 599억… 18% ↓
정권 바뀌자 기업 지원 소극적
타 부처 과제수주 명맥 이어가
"스타트업 안정적 지원책 필요"

지방에 위치한 A창조경제혁신센터에 근무하는 B본부장은 고민이 많다. 그는 최근 유망 스타트업을 키우는 주업무보다 정부부처나 관련 기관을 찾아 사업비를 마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센터 주무 부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바뀌고, 전 정권에서 창조경제의 허브 역할을 한 센터에 대한 관심이 식으면서 정부 예산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정부부터 각 지역 센터와 협업하던 대기업들은 하나둘 지원규모를 줄이고 있다.

B본부장은 "올해 정부 지원예산 중 사업비가 대폭 줄어들다 보니 다른 부처나 기관의 과제를 수주해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외부 사업은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이어갈 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주무부처인 중기부에 어려움을 호소해도 '우리 부처 과제 수주경쟁에 참여해 사업비를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말만 한다"며 담당 부처의 무관심에 불만을 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은 가운데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사업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지난 2월 '지역 오픈 이노베이션의 거점'으로 센터에 대해 새 역할을 부여했지만, 걸맞은 예산 지원과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존폐 위기를 극복한 창조센터들은 이제 생존 위기에 처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권이 바뀐 후 대기업들이 지원을 줄이거나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각 센터는 스타트업 육성은 물론 기관 운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중기부가 확보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예산은 총 599억원(국비 376억원, 지방비 22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730억원에 비해 18% 감소한 규모다. 예산 대부분은 센터 운영에 드는 인건비와 경상비 등으로, 사업비가 주로 줄었다.

각 센터에 배정되는 사업비 예산은 평균 1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업비로 27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한 센터의 경우 올해는 9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이 됐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처나 기관의 과제를 수주해 겨우 사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 센터 관계자는 "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면 정부 사업비가 안정적으로 지원돼야 하는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기존 사업이 일몰제로 종료된 후 새 사업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줄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지방 소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 출범 후 전담 대기업의 자세가 180도 바뀌었다. 예전과 달리 센터 지원에 소홀해지더니 최근에는 관심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이 센터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창조혁신센터를 전 정권의 전유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민간 주도로 자율성을 갖고 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후 전담 대기업들이 지원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손을 뗄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부처 개편이 국회 예산 심의일정과 겹쳤고 센터 운영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면서 "내년 예산 작업에 최선을 다해 올해보다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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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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