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산업계 현장과 괴리된 채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국가 R&D 사업 추진체계의 산업계 현장 중심 개편을 제안한 '2018년 산업기술 지원정책 산업계 종합의견'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기업체가 참여한 국가 R&D 사업 과제 수는 2016년 기준 1만3129건으로, 투입된 연구비만 4조1286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들이 정부 부처와 전담기관을 통해 기획되고, 기업은 이후 단계에만 참여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계 R&D 현장에선 공공부문에서 일방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에게 기술을 활용하라고 하는 형태로는 4만 개가 넘는 기업연구소가 운영 중인 산업계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부 과제 기획 과정에서 산업계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나 전문가 참여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각 사업별로 단발성 형태에 머물러 형식적·간접적 참여에 그치고 있다.
산기협은 산업계 사업 참여가 많은 단기 R&D 사업 기획은 기업연구소 박사급 인력 2만 여명으로 구성한 전문가 풀을 활용해 추진하고, 중장기 R&D 사업 기획은 산업별 공급사슬을 기반으로 한 기업 간 협의체를 통해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협의체가 포럼 운영을 통해 신규 R&D 사업 기획을 위한 어젠다를 발굴하고 사업기획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산기협은 산업계 R&D를 선도형으로 육성하기 위해 자유공모 방식의 지원을 늘릴 것도 요구했다. 특히 자금과 인력 등에 한계가 있는 초기창업 기업에 대한 전용 R&D 사업을 신설해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중소기업 R&D 지원사업에서 창업 초기에 해당하는 업력 3년 이하 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은 5.9%에 불과하다. 경영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기술료 징수방식도 현장의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김종훈 산기협 전략기획본부장은 "산업계는 현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정부 R&D 지원 정책이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이 성과를 내고 산업기술 혁신 역량을 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수요에 기반한 정책 수립과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