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 중인 가운데 70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법무부가 공개한 엘리엇의 중재의향서에 따르면 엘리엇은 "피해액이 현 시점에서 미화 6억7000만달러(한화 약 7182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 외에 이자와 비용, 중재재판소가 적절히 여기는 수준에서 다른 구호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피해액은 증권가와 국제중재업계 전문가들이 추정한 다양한 피해액 중 최대치에 가까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후에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의 평가액 등을 근거로 약 2000억~800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요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엘리엇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정부를 상대로 ISD를 추진 중이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었고,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주주입장에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왔다.

엘리엇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직권을 남용해 국민연금이 절차를 뒤엎고 합병 찬성이라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 엘리엇에 손실을 끼쳤다"며 "이들 정부 관료 및 이들의 지시를 받은 다른 이들의 행위를 비롯해 국민연금이 한 조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규정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전했다.

이어 엘리엇은 "합병이 이뤄지도록 만든 행위들은 한 한국인 투자자 집단에 특혜를 주고 엘리엇과 같이 환영받지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겐 피해를 주고자 차별적·독단적이고 부당하며 불투명한 의도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부패 환경과 엘리엇에 대한 편견이 아니었다면 합병은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중재의향서 공개는 중재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조항에 따른 것이다. 국가송무를 담당하는 법무부는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통상부·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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