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에서 4.27남북정상회담의 감격스러운 장면을 전파하기 위해 프레스센터에는 3000명이 넘는 국내외 기자들이 모여 취재 경쟁을 벌였다. 국민들은 TV 및 스마트폰 앞에서 순간순간의 장면들을 시청하며 흐뭇함을 느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되는 것은 국내 방송사 및 통신사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에 기인한 것이며, 이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런 대형행사가 열릴 때마다 국내 방송환경을 생각하면 아쉬움과 함께 개선 필요성을 느낀다. 특히 방송사의 재원구조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영방송인 KBS1과 EBS의 주된 재원은 수신료다. 수신료는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는데 정치적 이슈에 의해 수십 년 동안 2500원을 유지하고 있어, KBS는 연간 6300억 원 정도의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방송법 규정에 따라 3%(연간 170억 원 정도)를 EBS 재원으로 직접 지원함으로서 전체 EBS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은 7% 정도에 불과해 교재 판매가 주 수입원이 됐다. 이런 부족한 재원 결과로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KBS1 대표 프로그램이던 이순신과 같은 역사대하드라마가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 KBS가 이런 상황이니 국민의 평생교육과 공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EBS는 오죽하겠는가.
민영지상파방송의 주된 재원은 광고다. 광고시장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규모가 적어도 GDP 대비 1.2% 정도는 돼야 하는데, 현재 국내 시장은 0.7% 정도로 열악하며, 이마저도 광고가 네이버 등 인터넷 플랫폼으로 쏠리면서 민영지상파방송사들의 어려움은 배가되고 있다.
결국 지상파방송사들은 재원구조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케이블방송사 등 유료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한 대가로 받는 재송신료를 꾸준히 늘릴 계획을 갖고 있어, 유료방송사와 법정 논쟁을 지루하게 계속하고 있고, 이로 인해 PP들의 콘텐츠 사용료는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료방송사들 역시 상황은 심각하다. 2017년말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 수는 2017년 상반기 3045만7368 단자수 보다 3% 증가했고, 개별 SO를 제외하고는 모든 유료방송 단자수가 증가해 전체 수신료 수입이 일부 늘었다. 그러나 속을 보면 유료방송 선순환 구조를 이행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케이블방송사(SO)의 경우, 2017년말 기준 가입자 수는 단자수 기준으로 1404만이다. 이중 셋톱박스가 필요한 QAM 방식은 775만이고, 셋톱박스 없이 아날로그 서비스를 간편히 디지털 서비스로 전환하게 하는 8VSB 방식은 전체 단자수의 37%에 해당하는 518만이다. 문제는 8VSB 방식은 정부의 요금규제에 의해 저렴한 아날로그 방송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즉, 외형적으로는 디지털가입자가 늘었지만, 실질적 수입측면에서는 4000~5000원 정도의 시청료 가입자가 37%나 되는 것이다.
정부의 8VSB 요금규제 목적 중 하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디지털격차해소 및 보편적 방송서비스 제공이다. 이는 당연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요금규제를 통한 정부개입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복지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방송바우처 제공 등을 통해 접근하고 그 재원도 방송발전기금 같은 정부기금을 활용해야 한다. 또한 2007년 IPTV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케이블방송이 다채널 방송영역에서 독과점형태를 가졌기 때문에 방송요금에 대해 규제가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 IPTV,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OTT 서비스 등 다양한 다채널 방송이 존재하는 경쟁상황에서 정부는 요금규제와 같은 사전·직접적 규제는 철폐하고 요금 단합 등과 같은 사후적·간접적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철폐를 통한 재원구조 개선으로 방송사업자들이 시설투자 및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실현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적 플랫폼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