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다이킨, 새공장 구축에 삼성·LG, 생산량 확대로 맞대응 소비자 맞춤 현지 특화제품 출시
인도에 설립된 일본 다이킨 에어컨 제1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다이킨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은 기자] 급성장하는 인도 에어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한·일 가전 기업 간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상업용 에어컨 1위 업체인 일본 다이킨이 인도에 새 공장을 지어 생산량을 연간 100만대 가량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생산량과 제품 수를 대폭 늘리겠다며 맞불을 놨다.
인도 에어컨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7조원 규모이지만, 매년 6% 이상씩 성장하는 '이머징(Emerging) 마켓'이라 세계 주요 가전업체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됐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다이킨은 올해 인도 남부와 서부 지역에 8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새 에어컨 공장을 건설한다. 다이킨은 지난 2007년 제1공장을 인도에 설립한 이후 작년에 55억 달러를 투자해 제2공장을 설립해 가동하고 있다. 현재 다이킨은 인도에서 연간 약 170만대를 생산하고 있지만, 새 공장 가동으로 내년까지 생산량을 총 270만대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또 에어컨 부품도 현지에서 조달해 가격대를 낮추고,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다이킨은 인도에 새 공장을 지어 인도 내수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수출 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다이킨은 세계 상업용 에어컨 시장에서 40% 점유율로 5%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유독 인도 시장에선 이들에게 밀리고 있다. 현재 인도 에어컨 시장 규모는 약 7조원으로, 90조원 규모의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는 2010년 이후 매년 여름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인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50% 이상의 점유율로 주도권을 잡아, 다이킨과 격차가 20% 이상 나고 있다.
다이킨의 공격에 인도 에어컨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도 현지 공장 2곳에서 생산하는 에어컨 대수를 지난해 80만대에서 올해 120만대, 내년 150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또 인도 소비자 취향에 맞춘 디자인 제품을 비롯해 말라리아 뎅기열 등 질병 피해가 크다는 점을 반영해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에어컨 등 현지 특화 제품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무풍 4웨이 카세트 등 상업용 에어컨 제품 출시를 늘릴 계획이다. 인도 특화제품으로 인도 주요 공공기관과 대규모 상업지구에 시스템 에어컨을 수주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지난해 말 인도 뭄바이 공항 근처 NIBR 복합 상업 지구 내 실외기 전체를 삼성전자 냉방 전용 'DVM S 30HP'로 교체하는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인도 조폐공사에는 '시스템 에어컨 360'을 대거 납품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인도에서 삼성과 LG와 똑같은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한국과 일본 가전사 간 에어컨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